사이클링: 80/20 훈련법칙 (그레이존, 강도분배, 체류시간)

훈련 중인 사이클리스트들 이미지


솔직히 저는 오래 운동했는데 기록이 제자리걸음인 이유를 한참 동안 몰랐습니다. 열심히 하는 게 문제라는 말은 언뜻 납득하기 어렵지만, 80/20 훈련 법칙을 직접 적용해 보고 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이해했습니다. 훈련량과 훈련 강도의 균형, 그리고 체류시간 계산이 핵심이었습니다.

그레이존: 열심히 하는데 왜 늘지 않는가

운동생리학자 스티븐 세일러(Stephen Seiler)가 사이클, 마라톤, 크로스컨트리 스키, 조정, 수영, 트라이애슬론 등 다양한 종목의 세계 정상급 선수 데이터를 분석했을 때 발견한 패턴은 단순했습니다. 전체 훈련의 약 80%는 저강도, 나머지 20%만 중·고강도라는 공통점이었습니다. 종목이 달라도 이 비율은 놀랍도록 유사하게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아마추어 선수들은 정반대의 방식으로 훈련합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역치 훈련 위주로 주 5~6회, 매번 꽤 버거운 강도로 안장에 올랐습니다. 문제는 그 강도가 딱 중간 어딘가, 즉 회복하기엔 너무 힘들고, 그렇다고 몸에 큰 적응을 만들기엔 부족한 지점이었다는 겁니다.

이 구간을 그레이존(Grey Zone)이라고 부릅니다. 항상 피곤하지만 기록은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태, 많은 분들이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저도 그 시절엔 훈련량을 더 늘리거나 강도를 더 올리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건 문제를 악화시키는 방향이었습니다. 존2 훈련(Zone 2 Training), 즉 낮은 강도를 오래 유지하는 훈련으로 전환했을 때 처음 들었던 생각은 "이렇게 편하게 해도 되나?"였습니다. 그만큼 몸에 부담이 적었고, 다음 훈련까지 회복이 확연히 빨랐습니다.

IRONMAN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저강도 훈련 비율이 68~69%에 머물렀던 선수들은 6개월이 지나도 성능 향상이 크지 않았습니다. 반면 80/20 분배에 가장 가깝게 훈련한 선수들일수록 VO₂max(최대 산소 섭취량), 최대 파워, 최대 러닝 속도 등 여러 지표에서 더 큰 향상을 보였습니다(출처: PubMed 운동생리학 연구 데이터베이스). VO₂max란 심폐 기능의 최대치를 나타내는 지표로, 유산소 운동 능력을 평가하는 핵심 수치입니다.

강도분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저강도인가

80/20이라는 비율 자체는 단순해 보이지만, 막상 적용하려면 기준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저강도의 경계는 어디일까요? 글에서는 제1환기역치(VT1, Ventilatory Threshold 1)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VT1이란 운동 강도가 올라가면서 호흡이 처음으로 가빠지기 시작하는 지점을 뜻합니다. 이 지점 아래에서는 대화를 이어갈 수 있고, 오랫동안 지속 가능한 강도입니다. VT1을 넘는 순간부터는 신체 부담이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합니다.

"저는 천천히 뛰고 있는데요?"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심박수를 확인해 보면 이미 VT1을 넘어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이를 강도 착시(Intensity Blindness)라고 하는데, 자신이 실제보다 더 낮은 강도로 운동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현상입니다. 의식적으로 속도를 낮추고, 심박수나 파워 데이터를 꾸준히 들여다보는 습관이 그래서 필요합니다.

또 하나, "운동 시간이 부족하니까 대신 세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직관적으로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연구 결과는 이 논리를 지지하지 않습니다. 주당 운동량이 적은 선수들도 80/20에 가까운 강도 분배를 유지했을 때 기록 향상이 더 컸다는 데이터가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다고 저강도 훈련을 줄이는 것보다, 남은 시간을 제대로 분배하는 편이 낫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80/20 비율은 거리 기준이 아닌 시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주당 10시간 운동한다면 8시간은 저강도, 2시간은 중·고강도로 배분하는 식입니다. 수영은 속도 차이가 크기 때문에 거리 기준으로는 약 75%를 저강도로 잡아야 시간 기준 80%가 맞아떨어진다는 점도 흥미로웠습니다.

체류시간: 계산 방법을 바꾸면 훈련이 달라진다

이 부분이 제가 실제로 가장 크게 실수했던 지점입니다. 처음에 80/20 원칙을 적용하면서 총 훈련 시간만 계산했습니다. 오늘 2시간 운동했으니 인터벌은 24분이면 되겠다는 식으로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해당 심박 영역 또는 파워 영역에 실제로 머무른 시간, 즉 체류시간(Time in Zone)입니다. 체류시간이란 특정 강도 구간에 실제로 머무른 시간만을 집계한 수치입니다. 예를 들어 8회 × 1분 인터벌을 소화하면서 각 세트 사이에 2분씩 회복을 넣었다고 합시다. 많은 분들이 "고강도 구간은 8분"으로 계산하는데, 사실 회복 구간에도 심박수와 생리적 부담은 높게 유지됩니다. 그래서 인터벌 블록 전체를 고강도 시간으로 계산하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제가 이 방식으로 다시 계산해 보니 총 훈련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웜업, 쿨다운, 회복 구간까지 포함하다 보니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중요한 건 이렇게 계획을 짜면 강도 높은 훈련이 과도하게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훈련 스케줄을 짤 때 고려해야 할 체류시간 기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존2 훈련(저강도 유산소): VT1 아래에서 머무른 순수 시간만 계산하며, 웜업과 쿨다운 포함 여부를 일관되게 정해 두어야 합니다.
  2. 인터벌 훈련(고강도 구간): 세트 사이의 회복 구간을 포함한 인터벌 블록 전체를 고강도 시간으로 집계하는 방식이 생리적 부담에 더 가깝습니다.
  3. 오프시즌과 기초 체력 기간: 80/20보다 고강도 비율을 더 낮게 유지하고, 대회 준비 시즌에 접어들면서 점진적으로 비율을 조정합니다.
  4. 주당 총 훈련 시간이 적을 때: 강도를 높이는 대신 비율을 그대로 유지하는 편이 장기 성과에 유리합니다.

이 계산 방식의 차이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훈련 계획을 짤 때는 꽤 다른 결과를 만들어 냅니다. 80/20 법칙이 조금이라도 왜곡되면 그레이존으로 다시 빠질 위험이 생깁니다. 강도분배를 올바르게 관리하는 기반이 체류시간 계산에서 시작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출처: TrainingPeaks).

80/20 훈련 법칙에서 진짜 어려운 것은 고강도 인터벌이 아닙니다. 쉬운 날을 정말 쉽게 하는 자기 절제입니다. 더 세게 해야 더 빨리 좋아질 것 같다는 충동을 누르고, 심박수 데이터를 보면서 의식적으로 속도를 낮추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트라이애슬론이 아닌 어떤 유산소 운동에서도 이 원칙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자신의 훈련 데이터를 꺼내서 저강도와 고강도 체류시간을 한번 직접 계산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생각보다 많이 그레이존에 머물고 있다는 걸 발견하실 수도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trainingpeaks.com/blog/using-the-80-20-rule-to-balance-triathlon-training-intens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