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빌드 페이즈 인터벌 (빌드페이즈란, 짧은시작, 실패경험, VO2max자극)

고강도 인터벌 중인 로드자전거 스프린터들 이미지


솔직히 말하면 저는 베이스 페이즈(Base Phase)가 왜 중요한지 제대로 몰랐습니다. Trainerroad로 훈련 스케줄을 짜봤을 때, 베이스 구간이 너무 저강도에 시간도 길어서 지루하다는 이유로 대충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빌드 페이즈(Build Phase)에 들어가서 처참하게 실패를 경험했습니다. 빌드 페이즈에서 고강도 인터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짧게 시작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빠른 길인지, 제가 몸으로 배운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빌드 페이즈란 무엇인가, 그리고 내가 가장 흔하게 저질렀던 실수

훈련 시즌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유산소 기반을 만드는 베이스 페이즈, 강도를 끌어올리는 빌드 페이즈, 그리고 실제 경기 능력에 맞추는 피크 페이즈(Peak Phase)가 그것입니다. 빌드 페이즈는 쉽게 말해 몇 달간 쌓아온 기초 체력 위에 고강도 훈련을 올리는 시기입니다.

그런데 이 시기에 많은 분들이 저와 똑같은 실수를 합니다. "이제 강도를 높일 때가 됐으니 FTP 인터벌부터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죠. FTP(Functional Threshold Power)란 약 1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최대 파워 출력을 뜻합니다. 이게 높을수록 지구력 퍼포먼스가 좋아지기 때문에 사이클 훈련에서 핵심 지표로 활용됩니다.

문제는 몸이 아직 그 강도를 오래 버틸 준비가 안 됐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현재 FTP가 300W인데 315W를 목표로 삼았다고 해봅시다. 처음부터 2×20분 @315W를 시도하면 십중팔구 중간에 무너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힘이 남는다 싶어서 초반에 조금 더 강하게 밟았다가, 결국 마지막 인터벌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페달을 놔버렸습니다. 그렇게 한번 실패를 경험하면 그 다음 훈련이 더 무섭게 다가옵니다. "아, 이번에도 못 하겠지"라는 생각이 훈련 시작 전부터 엄습해오는 거죠.

짧은 시작이 정답인 이유, 그리고 젖산 처리 능력이 바뀌는 순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Short-to-Long Interval, 즉 짧은 인터벌에서 긴 인터벌로 점진적으로 늘려가는 방식이 있습니다. 핵심은 목표 출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유지하는 시간을 천천히 늘려가는 것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에는 15초 고강도 후 30초 휴식을 반복하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몸이 익숙해지면 20초 고강도 후 30초 휴식, 그다음엔 30초 고강도 후 30초 휴식으로 늘렸습니다. 이렇게 하면 어느 순간 고강도 인터벌 직후 몸이 회복되는 속도 자체가 달라지는 것을 느낍니다. 이것이 바로 젖산 처리 능력이 향상되는 신호입니다.

젖산(Lactate)이란 근육이 고강도로 활동할 때 에너지 대사 과정에서 생성되는 부산물입니다. 쉽게 말해 고강도 운동 중 다리가 불에 타는 것 같은 느낌이 바로 이 젖산이 쌓이는 감각입니다. 훈련을 통해 이 젖산을 만들어내는 속도를 조절하고 제거하는 속도를 높이면, 같은 출력을 더 오래, 더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사이클 훈련에서 구체적인 Short-to-Long 진행 예시를 들면 이렇습니다.

  1. 단계 1: 4×8분 @315W, 휴식 8분 — 목표 출력에 몸을 처음 노출시키는 단계
  2. 단계 2: 3×10분 @315W, 휴식 8분 — 총 고강도 시간은 비슷하지만 1회 지속 시간을 늘림
  3. 단계 3: 3×15분 @315W, 휴식 5분 — 지속 시간이 길어지고 휴식도 줄어듦

이 방식의 핵심은 315W라는 자극을 몸에 먼저 경험시키는 것입니다. 한 번에 20분을 버티려 하지 않고, 8분씩 4번으로 쪼개서 총 32분의 고강도 시간을 확보합니다. 그러면서 몸이 해당 출력에 익숙해지면 점차 1회 지속 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겁니다. 이 원리는 사이클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러닝이라면 5분×5회 빠른 주행에서 시작해 15~20분 지속주로 발전시키고, 수영이라면 100m 반복에서 400m 반복으로 늘려가는 식으로 그대로 적용됩니다.

실패 경험이 가르쳐준 것, 의욕보다 기준이 먼저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어차피 처음에 힘 좀 남으면 더 밟아서 강도를 높이면 되지 않나?"라는 시각입니다. 저도 한때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보니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초반에 힘이 남는다고 더 세게, 더 길게, 더 많이 밟으면 결국 마지막 인터벌을 완주하지 못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 실패가 단순히 그날 하루 훈련을 망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번 무너지고 나면 다음 훈련에 대한 두려움이 생깁니다. 실제로 저는 실패를 경험한 이후 훈련 전부터 "오늘도 중간에 포기하겠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제 한계치에 닿기도 전에 페달을 놔버렸습니다. 이게 반복되면 훈련 자체가 두려워지는 악순환이 생깁니다.

그렇기 때문에 훈련 강도 설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욕이 아니라 기준입니다. 내 몸 상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지금 설정한 출력과 시간과 횟수를 끝까지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합니다. 인터벌 훈련의 효과는 "죽을 만큼 힘들게 하는 것"에서 오는 게 아닙니다. 계획한 출력을 처음부터 끝까지 정확하게 반복할 수 있는 강도를 유지하는 것에서 옵니다. 이 점에서 TrainingPeaks의 빌드 페이즈 인터벌 가이드의 시각과 제 경험이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VO₂max 자극, 신경계 적응, 빌드 페이즈가 실제로 만드는 변화

빌드 페이즈의 고강도 인터벌이 만드는 변화는 심폐 능력 향상 하나가 아닙니다. 세 가지 방향으로 몸이 바뀝니다. 첫 번째는 VO₂max 향상입니다. VO₂max란 운동 중 몸이 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산소량을 뜻하며, 지구력 운동 능력을 나타내는 가장 핵심적인 지표 중 하나입니다. 고강도 인터벌을 반복하면 이 수치가 올라가고, 같은 출력에서 소모되는 에너지 효율이 높아집니다.

두 번째는 신경근 적응(Neuromuscular Adaptation)입니다. 이는 높은 파워를 출력할 때 근육과 신경계가 서로 더 효율적으로 협응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을 뜻합니다. 단순히 근육이 커지는 것이 아니라, 같은 근육을 더 정확하고 빠르게 쓸 수 있게 신경 회로가 최적화되는 과정입니다.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서도 고강도 인터벌 훈련이 신경근 효율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수 연구에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피로 저항성입니다. 경기에서는 처음부터 최대 출력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많이 지친 상태에서도 높은 출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빌드 페이즈의 인터벌은 이 능력을 특화해서 키웁니다. 짧은 인터벌을 반복하면서 몸이 피로 상태에서도 목표 파워를 유지하는 패턴을 체득하는 것이죠.

~라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이 세 가지 변화는 어느 하나가 빠져도 결과가 달라집니다. VO₂max만 높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신경계 적응 없이 근력만 키운다고 되는 것도 아닙니다. 세 가지가 함께 올라갈 때 비로소 "더 오래, 더 높은 출력을 유지하는 능력"이 완성됩니다.

빌드 페이즈에서 핵심은 처음부터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아닙니다. 짧고 정확한 자극으로 몸을 적응시키고, 그 적응이 확인되면 천천히 지속 시간을 늘려가는 것입니다. 저처럼 베이스 페이즈를 건너뛰거나 의욕만 앞서서 처음부터 긴 FTP 인터벌에 도전하는 방식은 실패와 두려움만 남겼습니다. 지금 빌드 페이즈에 진입했다면, 먼저 현재 FTP보다 5~10W 높은 출력을 5~8분 단위로 나눠 반복해보시길 권합니다. 그게 가장 빠른 길이었다는 것을 몸으로 배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훈련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가의 의견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 참고: https://www.trainingpeaks.com/blog/build-phase-high-intensity-interv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