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프로 사이클리스트는 넘사벽 (유전자, 회복, 훈련 전략)

대회를 달리는 프로 사이클리스트 이미지


투르 드 프랑스 선수들의 체중 대비 출력은 6~7W/kg을 3주 내내 유지합니다. 이 숫자를 처음 봤을 때 저는 그냥 웃었습니다. 꾸준히 라이딩을 해온 저도 고작 4W/kg 언저리를 오가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숫자를 몇 주씩 지속한다는 게 같은 종목의 이야기인지 의심이 갔거든요.

유전자부터 출발선이 다르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격차를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꺼내야 할 개념이 VO₂max(최대 산소 섭취량)입니다. VO₂max란 1분 동안 체중 1kg당 몸이 사용할 수 있는 최대 산소량을 뜻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더 강하고 오래 페달을 밟을 수 있습니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성인이라면 35~45ml/kg/min 수준이고, 꾸준히 자전거를 타는 동호인이라면 50~60 선까지는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투르 드 프랑스에 나서는 선수들은 70~90을 넘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수치가 훈련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유전적 천장이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타고난 심폐 능력의 한계는 존재합니다. 실제로 스포츠 생리학 분야의 연구들을 보면 VO₂max의 향상 폭 자체가 개인의 유전형(genotype)에 크게 좌우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NCBI, HERITAGE Family Study). 같은 훈련을 해도 누군가는 20% 오르고 누군가는 5%밖에 오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주변을 보면 투르 드 프랑스 중계를 보다가 특정 선수의 포지션이 눈에 들어오면 다음 주 라이딩부터 그 자세를 흉내 내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저도 한때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포지션은 몸이 받쳐줄 때 의미가 있는 것이었습니다. 타고난 유연성과 근육 구성 비율이 다른 상태에서 프로의 자세를 억지로 따라 하다 보면 오히려 무릎이나 허리에 무리가 오기 쉽습니다.

W/kg(체중 대비 출력)이라는 지표도 같은 맥락입니다. W/kg이란 라이더가 자신의 체중 1kg당 얼마나 많은 힘을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오르막에서의 실력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입니다. 아래 수치를 보면 단계 차이가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1. 취미 라이더: 약 2~3 W/kg
  2. 숙련된 아마추어: 약 3.5~4.5 W/kg
  3. 상위 아마추어: 약 4.5~5.5 W/kg
  4. 투르 드 프랑스 선수: 약 6~7 W/kg 이상(장시간 유지)

저는 열심히 타는 편이지만 4 W/kg을 넘기는 날이 손에 꼽습니다. 그걸 3주 내내 산을 오르며 유지한다는 건 그냥 '더 열심히 하면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애초에 엔진 크기 자체가 다른 것입니다.

회복이 곧 실력이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생각하면 대부분 훈련량이나 체력을 먼저 떠올리는데, 제가 직접 겪어보니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건 회복 환경이었습니다. 언젠가 지인이 공유해 준 프로 선수의 주간 훈련 스케줄을 그대로 따라해 본 적이 있습니다. 처음 몇 주는 어떻게 버텼지만, 한 달이 넘어가자 전날 라이딩의 피로가 다음 훈련 시작 전까지도 채 풀리지 않았습니다. 몇 달을 억지로 이어갔더니 결국 무릎에 슬개건염(patellar tendinitis) 초기 증상이 왔습니다. 슬개건염이란 무릎 앞쪽 힘줄에 반복적인 부하가 쌓이면서 생기는 과사용 부상으로, 사이클리스트에게 흔히 나타나는 만성 부상 중 하나입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습니다. 피로가 쌓이다 보니 집중력도 떨어지고, 라이딩이 즐겁기는커녕 스트레스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프로 선수들은 훈련 후 마사지사에게 근막 이완 시술을 받고, 영양사가 짜준 식단으로 끼니를 챙기고, 낮잠까지 포함한 회복 루틴을 소화합니다. 저는 라이딩을 마치고 돌아오면 곧바로 집안일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폼롤러와 마사지건을 열심히 굴리고, 단백질 위주 식사를 챙기고, 수면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려 했지만 그게 전문 회복 팀의 역할을 대신할 수는 없었습니다.

스포츠 과학에서는 이를 트레이닝 로드(training load)와 회복 능력의 균형으로 설명합니다. 트레이닝 로드란 일정 기간 동안 신체에 가해진 훈련 자극의 총량을 의미하며, 이 수치가 회복 능력을 초과하면 오버트레이닝 증후군(overtraining syndrome)으로 이어집니다. 오버트레이닝 증후군이란 누적된 훈련 피로가 충분히 해소되지 않아 오히려 운동 능력이 장기간 저하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프로 선수들은 코치와 스포츠 과학자가 파워미터 데이터를 분석해 이 균형을 정밀하게 맞춰줍니다. 저 같은 아마추어가 그 스케줄을 그대로 가져다 쓰면 수지가 맞지 않는 구조입니다(출처: British Cycling).

나에게 맞는 훈련 전략을 짜야 한다

프로의 훈련 스케줄을 따라한 그 시기를 돌아보면, 실패의 원인은 하나였습니다. 맥락 없이 껍데기만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훈련량과 시간을 조금 줄이면 어떻게든 따라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몇 달을 해보니 그 판단 자체가 틀렸습니다. 직장을 다니고 생활을 유지하면서 소화할 수 있는 훈련의 총량이 프로의 그것과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 경험 이후 제가 집중하게 된 것이 Zone 2 훈련입니다. Zone 2 훈련이란 최대 심박수의 60~70% 강도, 즉 옆 사람과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강도로 장시간 페달을 밟는 훈련 방식을 말합니다.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밀도를 높이고 지방 연소 효율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내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기관으로, 이 밀도가 높을수록 같은 산소량으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프로들이 주 20~30시간 훈련 중 상당 비중을 Zone 2에 할애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고강도 인터벌만 반복하면 단기적으로 FTP(기능적 역치 파워)가 오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오래 유지하기가 어렵습니다. FTP란 1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평균 출력으로, 선수의 지구력과 파워를 동시에 나타내는 핵심 지표입니다. Zone 2 베이스가 탄탄히 쌓인 위에 주 1~2회 고강도 인터벌을 올리는 구조가 아마추어에게는 훨씬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이었습니다. 눈앞의 기록 향상에만 집중하다 보면 결국 부상으로 자전거를 세워두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게 오히려 기량을 갉아먹는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프로를 동경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들이 보여주는 장면들은 분명 자전거를 더 열심히 타고 싶게 만드는 동력이 됩니다. 하지만 그 동경이 맹목적인 모방으로 이어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저는 지금 작년 같은 오르막에서 제 파워 데이터와 비교하는 것으로 목표를 바꿨습니다. 그게 훨씬 현실적이고, 오래 탈 수 있는 방식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프로의 기준이 아닌 어제의 저를 이기는 것, 그것만으로도 라이딩은 충분히 의미 있습니다.

--- 참고: https://road.cc/content/feature/why-youre-not-tour-de-france-racer-294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