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사이클 지구력 베이스 (Zone 2의 강도, 베이스 훈련은 어떻게, 시간에 쫓긴다면)
사이클에서 지구력 베이스(Endurance Base)가 부족한 라이더는 3시간만 넘어가도 다리에 쥐가 나거나 페이스가 무너집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7시간 넘게 달려야 하는 그란폰도를 앞두고, 4시간만 되면 몸이 신호를 보내던 그 느낌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결국 그 벽을 깨준 건 고강도 인터벌이 아니라, 지루하다 싶을 만큼 낮은 강도로 긴 시간을 쌓는 베이스 훈련이었습니다.
Zone 2, 도대체 얼마나 편하게 타야 하는 걸까
베이스 훈련의 핵심 강도는 Zone 2입니다. Zone 2란 FTP(기능적 역치 파워, Functional Threshold Power)의 약 56~75% 수준에서 유지하는 유산소 영역을 뜻합니다. FTP란 라이더가 약 1시간 동안 최대로 낼 수 있는 평균 출력값으로, 훈련 강도를 구분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Zone 2에서는 땀은 나고 운동하는 느낌은 분명히 있지만, 짧은 문장으로 대화가 가능한 상태가 유지됩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솔직히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타는 게 훈련이 맞나 싶었거든요. 빠르게 실력을 올리고 싶은 분들은 대부분 "이 정도면 운동이 되겠어?" 하면서 강도를 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렇게 강도를 높이면 피로가 쌓이고, 회복에 시간이 더 걸리고, 결국 총 훈련량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납니다. 베이스 시즌에 강도를 올리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는 것, 그게 생각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Zone 2가 몸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는 꽤 구체적으로 설명됩니다. 훈련이 덜 된 라이더는 낮은 강도에서도 탄수화물 의존도가 높습니다. 하지만 Zone 2 훈련이 쌓이면 지방 산화(Fat Oxidation) 능력이 향상됩니다. 지방 산화란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더 효율적으로 태우는 능력으로, 이것이 좋아지면 글리코겐(근육과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 에너지)을 아낄 수 있고 장시간 라이딩에서 에너지 고갈이 늦춰집니다. 7시간 라이딩을 목표로 하는 사람에게 이건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는 이야기입니다.
베이스 훈련, 실제로 어떻게 쌓았나
2024년 설악 그란폰도를 7시간대 완주 목표로 준비하면서 베이스 훈련에 꽤 많은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당시 제가 세운 원칙은 단순했습니다. 쥐가 나지 않는 영역에서 무정차로 버틸 수 있는 시간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었습니다. 4시간 무정차 라이딩에서 시작해서 5시간, 6시간으로 늘렸고, 시간이 더 있었다면 8시간까지 가려 했습니다. 대회가 다가오면서 결국 6시간이 마지막 롱 라이딩이 됐지만, 결과적으로 7시간 55분대에 완주하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직접 확인한 변화 중 하나가 심박 드리프트(Cardiac Drift) 감소였습니다. 심박 드리프트란 같은 파워를 유지할 때 시간이 지날수록 심박수가 점진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합니다. 베이스가 부족하면 4시간 라이딩 후반부에 심박이 초반 대비 20~30bpm 이상 올라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베이스가 쌓이면 이 드리프트가 줄어들고, 동일한 파워에서 심박이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훈련 전후로 이 수치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직접 경험하니, 숫자가 말해주는 게 있구나 싶었습니다.
베이스 훈련에서 가장 흔하게 저지르는 실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주말에만 몰아서 9시간을 타고, 다음 주는 회복으로 날려버리는 패턴. 한 번의 엄청난 라이딩보다 꾸준한 누적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 베이스 시즌인데 강도를 너무 높이는 것. 강도가 올라가면 총 훈련 시간이 줄고, 베이스를 쌓는 시간 자체가 사라집니다.
- 너무 빠르게 볼륨을 늘리는 것. 이번 주 3시간, 다음 주 8시간 식으로 급격히 늘리면 부상이나 과피로로 이어집니다.
저도 초반에는 주말에 몰아 타는 패턴을 반복했는데, 결국 피로만 쌓이고 다음 주 라이딩이 흐지부지되는 악순환을 겪었습니다. 같은 총 시간이라도 주 4~5회로 분산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시간이 없는 사람에게 베이스 훈련은 현실적인가
이 부분이 사실 가장 논쟁이 많은 지점입니다. 베이스 훈련이 좋다는 건 누구나 압니다. 하지만 주 8~10시간을 낮은 강도로 꾸준히 탄다는 게 직장인 동호인에게 얼마나 현실적인 이야기인가, 하는 의문이 남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주 8~10시간 저강도 중심 훈련 그룹과 주 2.5시간 이하 고강도 중심 훈련 그룹을 비교했을 때, 10주 후 두 그룹 모두 지구력 향상을 보였습니다(출처: Frontiers in Physiology). 다만 초보자일수록 시간이 짧아도 고강도 훈련 효과가 크고, 어느 정도 훈련이 된 라이더일수록 지구력 기반을 더 끌어올리려면 결국 총 라이딩 시간이 필요하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베이스 훈련이 무조건 옳다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목표에 따라 전략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처럼 7~8시간짜리 그란폰도를 완주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베이스 훈련에 투자하는 게 명확하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냥 주말에 2~3시간 즐겁게 타는 것이 목표인 분들에게, 매주 6시간 롱 라이딩을 소화하라고 권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결국 취미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삶과 라이딩의 균형이고, 그 균형을 유지하면서 꾸준히 자전거에 올라타는 것 자체가 베이스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베이스 형성 기간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약 12주, 즉 3개월 정도가 이야기됩니다. 훈련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 빠를 수 있지만, 눈에 띄는 지구력 변화를 느끼려면 최소 8~12주는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베이스가 어느 정도 쌓이고 나면 주 5회 Zone 2 라이딩 중 1~2회를 짧은 인터벌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베이스를 갑자기 완전히 버리고 고강도만 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긴 날은 편하게, 힘든 날은 짧게 가져가는 구조를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출처: Bicycling).
베이스 훈련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동일한 방식이 맞는 건 아닙니다. 목표 거리가 길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적극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있습니다. 반면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Zone 2 위주로 꾸준히 타되, 무리하게 볼륨을 늘리기보다는 쉬운 날과 힘든 날을 잘 나누는 구조를 먼저 만드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자전거는 결국 오래 즐겨야 더 강해집니다. 이번 주 극한 라이딩 한 번보다, 내년에도 타고 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참고: https://www.bicycling.com/training/a43965151/how-to-build-cycling-endurance-b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