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VO2max 높이기 (인터벌 훈련, Zone2, FTP)
고강도 인터벌만 죽어라 하면 VO2max가 오를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믿었습니다. 워크아웃 앱을 켜고 검붉은색, 보라색 블록이 일정한 간격으로 솟아 있는 이른바 '바코드 워크아웃'을 매일같이 두드렸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습니다. 숫자는 오르는 것 같은데 몸은 점점 무거워지고, 어느 날부터는 회복 자체가 안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 경험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VO2max란 무엇이고, 높으면 무조건 빠를까
VO2max(최대산소섭취량)란 운동 중 신체가 1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뜻합니다. 단위는 mL/kg/min으로 표시하는데, 체중 1킬로그램당 1분에 얼마나 많은 산소를 쓸 수 있느냐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심장이 혈액을 얼마나 강하게 내보내는지, 혈액이 산소를 얼마나 잘 실어 나르는지, 그리고 근육 속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가 그 산소를 에너지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환하는지까지 모두 이 숫자에 녹아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란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작은 발전소 같은 기관입니다.
그런데 한 가지 오해가 있습니다. VO2max가 높으면 무조건 빠른 라이더가 된다는 생각입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VO2max 수치는 저보다 높은데 힐클라임에서 제가 먼저 정상에 닿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FTP(기능적 역치 파워, Functional Threshold Power)가 함께 뒷받침되지 않으면 높은 VO2max는 반쪽짜리 무기입니다. FTP란 약 60분간 지속적으로 낼 수 있는 최대 파워를 의미하는데, 실전에서는 이 수치가 평균 속도에 훨씬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여기에 운동 경제성(Economy), 즉 같은 파워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페달을 밟는지, 피로 저항성(Fatigue Resistance)까지 모두 경기력을 결정하는 변수입니다. VO2max는 중요한 퍼즐 조각이지만, 퍼즐 전체는 아닙니다.
실제로 미국 국립보건원(NIH)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엘리트 사이클 선수들 사이에서도 VO2max 수치가 비슷한데 경기 성적 차이가 크게 나는 경우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결국 VO2max는 '최대 엔진 크기'이고, 그 엔진을 얼마나 오래,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느냐가 실제 성적을 결정합니다.
인터벌 훈련, 어떻게 해야 제대로일까
VO2max를 끌어올리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VO2max 인터벌입니다. 목표는 단순합니다. 최대 산소 섭취에 가까운 강도를 반복적으로 자극해 심폐계와 근육이 그 수준에 적응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저는 주로 두 가지 구성으로 훈련했습니다.
- 4~5분 고강도 + 4~5분 회복, 4~6회 반복: 한 세트가 길어서 중반부터 폐가 타들어가는 느낌이 납니다. 첫 세트를 너무 세게 치고 나가면 네 번째 세트부터 버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저는 이걸 뼈저리게 배웠습니다.
- 3분 고강도 + 3분 회복, 5~8회 반복: 조금 짧아서 심리적 부담이 덜한 것 같지만, 회수가 많아서 후반부에는 체감 난이도가 비슷합니다. 초보자라면 이 구성으로 먼저 적응하는 것이 낫습니다.
강도는 수치로만 이야기하기 어렵습니다. RPE(자각 운동 강도, Rating of Perceived Exertion)로 8~9/10 수준, 그러니까 대화를 이어가기 불가능하고 짧은 단어 정도만 겨우 내뱉을 수 있는 강도가 적당합니다. RPE란 운동하는 사람 스스로 느끼는 힘듦의 정도를 1~10 척도로 표현한 지표입니다. 제 경우 FTP의 약 130% 언저리에서 이 느낌이 났는데, 정확한 FTP 측정이 선행되지 않으면 이 퍼센트 자체가 의미가 없습니다. FTP가 틀리면 훈련 강도 전체가 어긋나버리기 때문입니다.
가장 흔한 실수는 첫 인터벌을 전력으로 시작하는 것입니다. 모든 세트를 비슷한 품질로 끝내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저는 이 훈련을 주 1~2회 꾸준히 이어갔고, 약 6~7주 차부터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항상 제 앞에서 달리던 형님을 힐클라임 마지막 구간에서 치고 나갔을 때, 그 쾌감은 솔직히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 순간이 인터벌 훈련을 계속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 가지 경고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일반적으로 VO2max 훈련은 근육이 준비되면 바로 시작해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인대(Ligament)와 건(Tendon)은 근육보다 혈액 공급이 적어 회복과 강화에 훨씬 긴 시간이 걸립니다. 인대란 뼈와 뼈를 연결하는 조직이고, 건이란 근육과 뼈를 이어주는 조직입니다. 이 두 구조가 아직 단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FTP의 130%를 반복적으로 가해버리면 부상은 시간문제입니다. 이건 근육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통증이 나타났을 때는 이미 손상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습니다. 초심자라면 반드시 충분한 저강도 라이딩 기간을 먼저 쌓고, FTP 측정을 정확하게 진행한 뒤에 인터벌을 시작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Zone2 기반 없이 인터벌만 하면 어떻게 될까
고강도 인터벌만 하면 VO2max가 더 빨리 오르지 않을까 싶을 수 있습니다. 저도 처음에 그 유혹에 빠졌습니다. 하지만 Zone2(저강도 유산소 구간) 기반이 없는 인터벌은, 비유하자면 기초 공사 없이 고층 건물을 올리려는 것과 같습니다. Zone2란 심박수 기준으로 최대 심박의 60~70% 수준, 옆 사람과 대화를 편하게 이어갈 수 있을 정도의 강도입니다.
Zone2 라이딩은 직접적으로 느껴지는 운동 효과가 적어서 지루하고 시간 낭비처럼 보이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 구간은 미토콘드리아 밀도를 높이고 근육 내 모세혈관(Capillary)을 늘리는 데 가장 효과적입니다. 모세혈관이란 산소와 영양소를 근육 세포에 직접 전달하는 가장 가는 혈관을 의미합니다. 이 그물망이 촘촘할수록 고강도 구간에서 산소 공급이 더 원활해집니다. 고강도 인터벌이 VO2max를 자극하는 역할이라면, Zone2 라이딩은 그 자극이 실제 적응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입니다.
제 훈련 사이클을 돌아보면, 바코드 워크아웃을 주 1~2회 수행하고 나머지 세션은 Zone2 중심으로 채울 때 회복이 훨씬 빨랐고 인터벌 품질도 유지되었습니다. 반대로 인터벌 빈도를 무리하게 늘렸을 때는 3주도 안 돼 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훈련 부하를 지나치게 높이면 오히려 신체가 적응 대신 손상을 택하게 됩니다.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의 자료에서도 엘리트 지구력 선수의 훈련 구성이 저강도 70~80%, 고강도 20~30% 비율로 이루어진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확인됩니다. 아마추어 라이더라고 이 원칙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VO2max 인터벌은 주 1~2회면 충분합니다. 그 이상은 대부분의 라이더에게 과부하입니다. 나머지 세션을 Zone2와 회복 라이딩으로 채우고, 필요에 따라 역치(Threshold) 훈련을 한 세션 넣는 구성이 현실적으로 가장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방식이었습니다. 역치 훈련이란 FTP 근처의 강도를 20~40분 지속하는 훈련으로, VO2max와 기초 유산소 사이의 중간 다리 역할을 합니다.
VO2max 훈련은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경험으로 배운 것은, 이 훈련이 가장 잘 작동하는 조건이 따로 있다는 점입니다. 충분한 Zone2 기반, 정확한 FTP 측정, 그리고 인대와 건이 버틸 수 있는 준비 기간. 이 세 가지가 갖춰진 다음에야 바코드 워크아웃은 제 실력을 실제로 끌어올려 주었습니다. 지금 당장 VO2max 인터벌을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FTP 테스트부터 정확히 해두시길 권장합니다. 숫자 하나가 훈련 전체의 품질을 바꿉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훈련 처방이나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부상 우려가 있다면 반드시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highnorth.co.uk/articles/increase-vo2max-cycl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