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사이클 훈련 지표 (FTP와 CTL, 잊지 말아야할 것들)

훈련 지표들로 나타낸 그래프 이미지


자전거를 처음 탈 때는 속도 하나만 보고 달렸습니다. 그러다 FTP, CTL, TSS 같은 지표들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라이딩이 완전히 다른 운동이 됐습니다. 2년간 이 지표들을 직접 써보고 체중 1kg당 4W를 넘기면서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봤습니다.

속도계 하나로 달리던 시절

어린 시절 자전거에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속도계조차 없이 그냥 달렸으니까요. 빠르다, 느리다는 판단은 옆에서 같이 달리는 친구가 기준이었고,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숨이 차면 늦추고, 기운이 넘치면 앞서 나가는 식이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가 가장 순수하게 자전거를 즐겼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돼서 다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을 때 처음 단 것이 속도계였습니다. 속도를 숫자로 확인하니까 신기하더군요. 그때부터 목표가 생겼습니다. 평균 시속 25km 이상, 케이던스(Cadence) 90RPM 이상. 케이던스란 분당 페달 회전수를 뜻하는데, 쉽게 말해 1분 동안 크랭크를 몇 번 돌리느냐입니다. 90RPM을 기준으로 잡은 건 당시 어디선가 읽은 글 때문이었는데, 직접 맞춰보니 확실히 무릎에 부담이 덜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 당시에는 그 두 숫자가 전부였습니다. 오늘 평균 속도가 26km/h면 잘 탄 날이고, 23km/h면 못 탄 날이었습니다. 단순했고, 명확했고, 그 나름대로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기량이 어느 수준에 도달하자 속도만 보는 것의 한계가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르막이냐 내리막이냐, 바람이 부냐 안 부냐에 따라 속도는 너무 크게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내가 오늘 잘 탔는지 못 탔는지를 속도 하나로 판단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았습니다.

FTP와 CTL, 숫자가 훈련을 바꾸다

파워미터를 달고 처음으로 FTP 테스트를 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FTP(Functional Threshold Power)란 약 1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최대 평균 파워를 추정한 값입니다. 사이클 훈련에서 모든 강도 설정의 기준이 되는 숫자라고 보면 됩니다. 첫 테스트 결과를 보고 솔직히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낮았거든요. 속도로는 제법 잘 탄다고 생각했는데, 파워로 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FTP를 기준으로 훈련 존(Zone)이 나뉘고, 각 존에서 어떤 에너지 시스템이 주로 쓰이는지가 달라집니다. 낮은 강도에서는 유산소 시스템(Aerobic System)이 중심이 되는데, 유산소 시스템이란 산소를 이용해 지방과 탄수화물을 태워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장거리 라이딩에서 이 시스템이 얼마나 발달해 있느냐가 지구력의 핵심이 됩니다. 반면 고강도 스프린트나 짧은 언덕 공격에서는 무산소 시스템(Anaerobic System)이 개입합니다. 무산소 시스템이란 산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 별도의 경로로 에너지를 만드는 방식인데, 포스포크레아틴이나 해당작용(Glycolysis)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TSS(Training Stress Score)라는 개념도 이 시기에 알게 됐습니다. TSS란 운동 시간과 강도를 FTP 대비로 계산해서 하나의 숫자로 나타낸 훈련 스트레스 점수입니다. 같은 2시간을 타도 편하게 타면 TSS가 낮고, 높은 강도로 인터벌 훈련을 하면 TSS가 높게 나옵니다. 이 점수가 쌓이면서 CTL(Chronic Training Load)이 올라가는데, CTL은 대략 몇 주 이상의 훈련량을 누적 반영하는 지표로, 흔히 현재 체력 수준의 척도로 해석합니다. 제가 직접 몇 달을 추적해보니 CTL이 올라가는 구간에서 확실히 언덕이 덜 힘들고 평지 속도가 유지됐습니다.

훈련 지표를 제대로 쓰려면 TSB(Training Stress Balance)도 같이 봐야 합니다. TSB란 체력(CTL)에서 피로(ATL)를 뺀 값으로, 현재 컨디션 상태를 숫자로 보여줍니다. TSB가 양수면 회복이 잘 된 상태, 음수면 피로가 누적된 상태입니다. 레이스 당일에 TSB를 플러스로 맞추는 것이 훈련 계획의 마지막 조율이 됩니다. 제 경험상 TSB가 너무 높으면 오히려 감각이 무뎌진 느낌이 들었고, 적당히 양수인 날에 퍼포먼스가 가장 좋았습니다.

사이클 훈련에서 지표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다음 흐름으로 이해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1. FTP 테스트로 현재 파워 기준을 설정한다. 훈련 존과 인터벌 강도는 모두 이 값을 기준으로 나뉩니다.
  2. 매 훈련마다 TSS를 쌓아 CTL을 꾸준히 올린다. 이 과정이 수개월 지속되어야 실질적인 체력 향상으로 이어집니다.
  3. ATL(단기 피로)과 TSB를 함께 보며 과훈련과 저훈련 사이의 균형을 맞춘다. 피로가 지나치게 쌓이면 부상 위험이 높아집니다.
  4. 중요한 라이딩이나 대회 전에는 훈련 볼륨을 줄여 TSB를 플러스로 올리는 테이퍼링(Tapering) 기간을 반드시 확보한다.

이 흐름을 이해하고 나서야 훈련 계획이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하나의 설계가 됐습니다. 어떤 주에 얼마나 강하게 타야 하는지, 언제 쉬어야 하는지를 감이 아닌 숫자로 판단하게 된 것이죠. 스포츠 과학 분야의 연구에서도 훈련 부하 모니터링이 퍼포먼스 향상과 부상 예방에 유의미한 효과가 있다는 결과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미국 국립보건원(NIH) 관련 연구를 참고해보셔도 좋습니다.

라이딩 분석이 알려준 것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2년 정도 훈련 지표를 꾸준히 추적하면서 결국 체중 1kg당 4W를 넘겼습니다. 파워 웨이트 레이시오(Power-to-Weight Ratio)라고 부르는 이 지표는 체중 대비 출력을 나타내는 값으로, 사이클에서 오르막 능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자주 쓰입니다. 4W/kg은 아마추어 수준에서는 꽤 의미 있는 수치입니다. 처음 파워미터를 달았을 때와 비교하면 FTP가 꽤 많이 올랐고, 같은 경사를 올라가는 체감 난이도도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미토콘드리아는 근육 세포 안에 있는 에너지 공장으로, 지방과 탄수화물을 산화시켜 ATP(Adenosine Triphosphate)를 만들어냅니다. ATP란 근육이 실제로 수축할 때 사용하는 에너지의 직접적인 형태로, 탄수화물이나 지방이 아무리 많아도 ATP로 변환되지 않으면 근육이 움직이지 못합니다. 지구력 훈련을 꾸준히 하면 이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효율이 늘어나고, 그 결과로 같은 강도에서 덜 힘들고 더 오래 탈 수 있게 됩니다. 훈련이 누적되면서 실제로 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숫자로 확인했을 때 꽤 신기했습니다.

훈련 주기화(Periodisation)도 중요합니다. 주기화란 훈련을 목적별 기간으로 나눠 설계하는 방식인데, 큰 틀에서는 베이스(Base), 빌드(Build), 피크(Peak) 단계로 구분합니다. 저는 이 개념을 알기 전에는 매일 비슷한 강도로 타다가 번아웃이 오기도 했는데, 주기화를 적용한 이후로는 훈련 피로가 훨씬 관리가 됐습니다. 어떻게 훈련 계획을 짜야 할지 참고할 자료가 필요하다면 영국 사이클링 연맹(British Cycling)의 훈련 가이드도 출발점으로 삼을 만합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이 모든 숫자를 쫓는 과정이 재미있으면서도 가끔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속도계조차 없이 친구들 옆에서 그냥 달리던 그 시절이 사실은 더 즐거웠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데이터는 기량 향상을 도와주는 도구이지, 라이딩 자체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지표에 집착하다 보면 어느 순간 숫자가 나쁜 날은 라이딩이 실패한 날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분이라면 FTP 하나부터 천천히 익숙해지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지표는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것만큼만 써야 의미가 있습니다. 더 열심히 타는 것보다 더 똑똑하게 타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효과적이라는 점, 2년을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알겠더라고요.

--- 참고: https://www.bicycling.com/training/a43965151/how-to-build-cycling-endurance-b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