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양극화 훈련 (정답이 된 이유, 12주 실험, 동호인 적용)

빠른 그룹, 느린 그룹의 동호인 라이더 이미지


양극화 훈련이 정말 모든 사람에게 통할까요? 저는 2020년 전후로 자전거 커뮤니티에서 이 훈련법을 처음 접한 뒤 지금까지 실제로 적용해온 사람입니다. 효과가 있었냐고요?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좀 복잡합니다. 최근 아마추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보면서 그 복잡함이 더 구체적으로 정리됐습니다.

양극화 훈련은 어떻게 정답처럼 굳어졌을까

양극화 훈련, 영어로 폴라라이즈드 트레이닝(Polarized Training)이란 운동 강도를 양극단으로 분리해서 수행하는 훈련 방식입니다. 전체 훈련량의 약 80%는 매우 낮은 강도로, 나머지 20%는 매우 높은 강도로 채우고, 그 중간 어딘가의 애매한 강도는 최대한 배제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방식이 주목받게 된 건 노르웨이 출신의 운동생리학자 Stephen Seiler의 연구 덕분입니다. 그는 크로스컨트리 스키, 조정, 사이클 등 다양한 종목의 엘리트 선수들을 분석했는데, 종목이 달라도 훈련 강도 분배가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약 80%를 저강도에서 훈련하고 있다는 것, 그게 핵심이었습니다. 이후 여러 후속 연구에서 유사한 결과가 나오면서 폴라라이즈드 트레이닝은 하나의 훈련 철학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가 처음 이걸 접했을 때도 딱 그런 분위기였습니다. 커뮤니티에 "프로들이 이렇게 한다"는 후기 글들이 쏟아졌고, 자연스럽게 동호인들도 따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그 흐름을 타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돌아보면 그게 과학적 확신이라기보다 일종의 훈련 트렌드에 올라탄 것에 가까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이 훈련이 왜 효과적이라고 알려졌을까요? 저강도와 고강도 훈련은 각각 전혀 다른 생리적 적응을 만들어냅니다. 저강도 훈련은 심폐 기능 향상과 지방 산화(fat oxidation), 즉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키우고, 장시간 운동을 버틸 수 있는 유산소 기반을 다집니다. 반면 고강도 훈련에서는 VO₂max가 올라갑니다. VO₂max란 최대 산소 섭취량을 뜻하며, 쉽게 말해 운동 중 몸이 산소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지구력 운동 퍼포먼스가 높아집니다.

두 가지 효과를 모두 얻으려면 두 극단의 강도를 모두 충분히 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양극화 훈련을 시작한 이후 장거리 라이딩 막바지에도 힘이 남아 있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기초 체력이 올라온다는 느낌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12주 실험이 흔들어놓은 확신

그런데 폴라라이즈드 트레이닝이 항상 최고냐는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려 한 연구가 있습니다. 아마추어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12주간 훈련시킨 뒤 하프 아이언맨 대회 기록을 비교한 실험입니다. 결과가 꽤 의외였습니다.

두 그룹의 훈련 구성은 아래와 같이 달랐습니다.

  1. 폴라라이즈드 그룹: 저강도 약 84%, 고강도 약 11%, 중간 강도 거의 없음
  2. 피라미드(Pyramidal) 그룹: 저강도 약 78%, 중간 강도 약 19%, 고강도 약 3%

피라미드 훈련이란 저강도를 가장 많이 하되, 중간 강도와 고강도를 위로 갈수록 줄여가는 방식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입니다. 전통적인 역치 훈련의 틀과 가깝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폴라라이즈드 그룹의 압승을 예상했지만, 실제 대회 기록 차이는 평균 2초에 불과했습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다는 뜻입니다.

더 흥미로운 건 젖산역치(Lactate Threshold) 항목이었습니다. 젖산역치란 운동 강도가 올라가면서 혈중 젖산 농도가 급격히 쌓이기 시작하는 지점을 말하며, 이 지점이 높을수록 더 높은 강도에서 오래 버틸 수 있습니다. 이 지표에서는 오히려 피라미드 그룹이 통계적으로 더 큰 향상을 보인 항목도 있었습니다. 중간 강도 훈련을 꾸준히 했을 때도 이 구간이 자극받는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솔직히 이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저도 막연히 폴라라이즈드가 더 우월하다고 믿어왔는데, 이 실험을 보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 한 편의 연구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폴라라이즈드가 언제나 정답"이라는 확신은 좀 내려놓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와 관련된 훈련 과학 전반의 근거 자료는 TrainingPeaks의 폴라라이즈드 트레이닝 분석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운동생리학 관점에서 강도 분배의 근거를 더 깊이 보고 싶다면 Journal of Applied Physiology에서 관련 논문들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동호인에게 진짜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렇다면 우리 같은 동호인은 어떤 훈련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 논쟁 자체가 동호인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하루 종일 훈련하는 엘리트 선수가 아닌 이상, 우리에게는 훈련 방식보다 먼저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조건이 있기 때문입니다.

양극화 훈련의 전제 조건은 엄청난 훈련 볼륨(training volume)입니다. 훈련 볼륨이란 일정 기간 동안 수행하는 총 운동량을 뜻하며, 폴라라이즈드 트레이닝이 제대로 효과를 내려면 최소 주당 10시간 이상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입니다. 주 5일 본업에 매달리는 직장인이 그 볼륨을 채우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제 경우도 마찬가지였고, 그 한계를 체감하면서 이 훈련법의 전제 자체가 애초에 동호인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두 훈련 방식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폴라라이즈드든 피라미드든, 전체 훈련의 70~80%는 저강도로 수행한다는 원칙입니다. 차이는 나머지 20~30%를 고강도로만 채우느냐, 아니면 중간 강도도 포함하느냐의 차이일 뿐입니다. 이 공통 원칙 하나만 지켜도 이른바 "회색 지대" 훈련, 즉 힘들긴 한데 고강도도 저강도도 아닌 애매한 강도로만 반복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동호인 수준에서 진짜 차이를 만드는 건 훈련 방식의 선택이 아니라, 훈련하려는 의지와 실제로 가용할 수 있는 시간입니다. 이 두 가지가 받쳐진다면 폴라라이즈드든 피라미드든 충분히 최상위 동호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이 두 가지가 부실하면 어떤 훈련 철학도 결국 무용지물입니다.

결국 폴라라이즈드 트레이닝은 좋은 훈련 방식입니다. 저도 그 효과를 몸으로 겪었으니 부정하진 않습니다. 다만 그게 유일한 정답이라는 믿음은 이제 내려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내가 낼 수 있는 시간 안에서, 훈련의 대부분을 낮은 강도로 수행한다는 원칙 하나만 지켜도 충분한 시작점이 됩니다. 폴라라이즈드냐 피라미드냐는, 그 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훈련 처방이나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훈련 계획은 본인의 체력 수준과 건강 상태에 맞게 조율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trainingpeaks.com/blog/does-polarized-training-really-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