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자전거 타는 빈도 (라이딩 횟수, 훈련량, 지속 가능성)
처음 자전거를 샀을 때 마음만큼은 매일 나가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주 5~6일을 탈 때도 있었는데, 그때 느낀 건 "하루만 더 쉬었으면"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는 겁니다. 자전거를 얼마나 자주 타야 하느냐는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목표와 생활과 컨디션이 다 다른 만큼 정해진 정답이 없습니다.
라이딩 횟수, 목표에 따라 완전히 달라집니다
제가 지리산 그란폰도(Gran Fondo)를 처음 완주했을 때의 이야기를 꺼내보겠습니다. 그란폰도란 일반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장거리 대규모 자전거 이벤트로, 보통 100km 이상의 험난한 코스를 완주하는 방식입니다. 지리산 코스는 그중에서도 힐클라임(Hillclimb), 즉 고도 높은 언덕을 오르는 구간이 길어서 평지 라이딩과는 차원이 다른 체력을 요구합니다.
그 대회를 앞두고 동호회 지인들과 거의 매주 비슷한 코스를 반복하며 훈련했습니다. 당시 라이딩 횟수는 주 5일 이상이었고, 그래도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반면 일상적인 취미 라이딩을 즐길 때는 주 1~2회가 오히려 가장 재미있었습니다. 같은 사람인데 목표 하나로 필요한 빈도가 이렇게 달라지더군요.
설악그란폰도를 준비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대회 특성상 오르막 적응이 핵심이라 평지 장거리보다 언덕 반복 훈련을 더 집어넣었습니다. 이렇듯 라이딩 빈도는 숫자 자체보다 어떤 목적으로 타느냐가 먼저입니다. 실제로 목표별 권장 빈도를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건강 유지·취미 목적: 주 1~2회, 회당 1~2시간. 즐겁게, 무리 없이 꾸준히 타는 것이 핵심입니다.
- 체중 감량·기초 체력 향상: 주 3회 이상. 총 운동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는 방식이 효과적입니다.
- 장거리 완주·대회 준비: 주 4~6회. 지구력 훈련과 강도 훈련을 주기적으로 배치해야 합니다.
-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하는 고급 아마추어·선수급: 주 6~7회까지 가능하지만, 회복 라이딩을 반드시 포함해야 합니다.
미국 사이클링 전문 매체의 분석(출처: Bicycling.com)에 따르면, 대부분의 라이더에게 주 3회 라이딩은 충분한 훈련량을 확보하면서도 회복 시간을 지킬 수 있는 현실적인 균형점이라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꽤 정확한 말입니다. 주 3회 정도면 몸이 적응하는 속도와 쉬는 속도가 엇비슷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납니다.
훈련량과 회복, 이 둘의 균형이 실력을 만듭니다
자전거 실력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개념이 훈련 부하(Training Load)입니다. 훈련 부하란 일정 기간 동안 몸에 누적된 운동 자극의 총합으로, 단순히 몇 번 탔느냐가 아니라 강도와 시간을 합산한 값을 의미합니다. 주 2회를 타더라도 강도 높은 인터벌(Interval) 훈련을 포함하면 훈련 부하는 충분히 높을 수 있습니다. 인터벌 훈련이란 고강도 구간과 회복 구간을 반복하는 훈련 방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심폐 능력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방법입니다.
직장과 육아로 시간이 빠듯한 분들한테 제가 가끔 이런 말을 합니다. "주 2회밖에 못 타도 괜찮아요. 대신 한 번은 60분짜리 인터벌을 넣고, 한 번은 3시간 이상 존 2(Zone 2) 페이스로 길게 타세요." 존 2(Zone 2)란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수준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의 강도로 유지하는 유산소 구간입니다. 쉽게 말해 헉헉거리지 않으면서도 땀이 나는 속도입니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횟수가 적어도 충분히 발전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매일 타는 것이 능사가 아닌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훈련 자극을 준 뒤 근육과 신경계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실제 체력이 오릅니다. 이 과정을 초과회복(Supercompensation)이라고 하는데, 초과회복이란 운동 후 피로가 가라앉은 뒤 운동 이전보다 더 높은 체력 수준에 도달하는 생리적 반응입니다. 쉬지 않고 계속 자극만 주면 이 사이클이 끊겨버립니다. 제가 주 5~6일을 탈 때 "하루만 쉬고 싶다"고 느꼈던 건, 몸이 회복 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겁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주간 중강도 유산소 운동을 150~300분으로 권고하고 있습니다(출처: WHO Physical Activity Guidelines). 자전거로 환산하면 주 3회, 회당 60분 내외로도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습니다. 라이딩 횟수에 집착하기 전에 총 운동 시간을 먼저 챙기는 것이 더 현명한 접근입니다.
지속 가능성이 결국 가장 강한 훈련법입니다
제 주변에 꽤 흥미로운 지인이 있습니다. 대회나 장거리 라이딩을 1~2주 앞두고는 오히려 자전거를 완전히 쉰다는 사람입니다. 운동 생리학적으로 보면 테이퍼링(Tapering), 즉 대회 전 훈련량을 줄여 피로를 빼고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전략과는 조금 다른 방식입니다. 테이퍼링이란 대회 직전 훈련량을 점진적으로 낮추되 강도는 유지해 몸의 회복과 신경계 활성화를 동시에 이루는 방법인데, 그 지인은 강도도 함께 내려버리는 쪽을 택합니다.
동호인들 사이에서는 그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직접 겪어보니, 그 지인이 대회에서 힘을 못 쓰는 게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정신적으로 충전이 됐는지 출발선에서 표정이 밝더군요. 자전거를 의무처럼 느끼기 시작하면 라이딩 자체가 괴로워집니다. 저도 타는 게 지루하고 억지로 느껴질 때면 일부러 주 2회 이하로 줄입니다. 그렇게 며칠 쉬고 나면 다시 자전거가 타고 싶어집니다.
초보자에게는 빈도보다 신체 적응이 먼저입니다. 심폐 능력은 금방 올라오지만, 안장으로 인한 엉덩이 압박, 손목과 손바닥의 하중 적응, 목과 허리 근육의 버팀 능력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처음에 "체력이 남으니까 더 타도 되겠지"라고 생각했다가 무릎 통증이나 손 저림이 생기면 오히려 쉬어야 하는 기간이 더 길어집니다. 짧게, 자주, 느리게 시작하는 것이 결국 더 빠른 길입니다.
자전거 타는 빈도에 딱 맞는 정답은 없습니다. 주 3회가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인 기준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대회를 준비한다면 더 늘려야 하고, 번아웃이 올 것 같다면 과감히 줄여야 합니다. 가장 빠르게 성장한 라이더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많이 탄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활 안에서 가장 오래 자전거를 즐긴 사람이었습니다. 오늘 타고 싶다면 타고, 쉬고 싶다면 쉬는 것. 그 단순한 감각을 오래 유지하는 것이 결국 가장 강한 훈련법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 참고: https://www.bicycling.com/training/a43711900/how-often-to-ride-a-bike/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physical-activ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