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 속근 지근 훈련 (근섬유 비율, 지구력과 스프린트, 상황별 근섬유 사용)

근육 이미지


오래 타는 사람이 언덕에서 무너지고, 짧은 스프린트에 강한 사람이 장거리에서 뻗어버리는 걸 본 적 있으신가요? 저도 라이딩을 하다 보면 같은 고민이 반복됩니다. 어떤 날은 폭발적인 힘이 없어서 답답하고, 어떤 날은 꾸준히 버티는 힘이 바닥나서 한계를 느낍니다. 이 두 가지 능력이 사실은 근육 안에서 서로 다른 섬유가 맡고 있다는 걸 알고 나서, 훈련 방향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근섬유 비율, 내 몸은 어느 쪽인가

자전거를 어느 정도 타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지구력형인가, 파워형인가?"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단순하게 답할 수 없습니다. 우리 근육은 단일 종류로 이루어진 게 아니라, 크게 지근(Type I, Slow-twitch)과 속근(Type II, Fast-twitch)이라는 두 가지 섬유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지근(Type I)이란 수축 속도는 느리지만 산소를 이용한 에너지 생산 효율이 높아 장시간 반복 운동에 적합한 근섬유입니다. 반대로 속근(Type II)이란 빠르게 수축하고 큰 힘을 내지만 피로가 빨리 찾아오는 근섬유입니다. 마라톤 선수는 지근만 있고 단거리 선수는 속근만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누구나 두 종류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그 비율이 다를 뿐입니다.

제가 직접 체감해본 바로는, 제 몸은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평지에서 일정한 케이던스(cadence, 페달을 1분에 몇 번 회전시키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를 유지하며 2~3시간을 버티는 데는 크게 어려움이 없는데, 스프린트 구간에서는 뭔가 바닥이 느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렇다고 지구력이 뛰어난 것도 아닌 게, 집단 주행에서 페이스가 올라가면 결국 쌓이는 피로가 옵니다. 결국 비율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지는 근육 조직 검사 같은 방법이 아니면 정확히 알기 어렵고, 체감만으로 단정하는 건 무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율을 이해하는 게 훈련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됩니다. 속근(Type II)은 다시 Type IIa와 Type IIx로 나뉩니다. Type IIa란 속근과 지근의 중간 성격을 가진 섬유로, 어느 정도의 힘과 어느 정도의 지속성을 동시에 갖습니다. Type IIx란 가장 강하고 빠르게 수축하지만 피로도 가장 빠른, 순수한 폭발형 섬유입니다. 일상적인 라이딩에서 지근부터 Type IIa, 그리고 Type IIx 순서로 동원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가 어떤 강도로 타느냐에 따라 어떤 섬유를 주로 쓰는지가 결정됩니다.

지구력과 스프린트, 둘 다 잡으려면

자전거 동호인이라면 솔직히 양쪽 다 갖고 싶은 게 당연합니다. 꾸준히 페달을 돌릴 수 있는 지속 주행 능력과, 스프린트를 강하게 치고 나갈 수 있는 폭발적인 출력. 그런데 이 두 가지는 사실 같은 방향을 바라보지 않습니다. 훈련의 성격이 다르고, 근섬유에 가해지는 자극도 다릅니다.

지구력 훈련, 흔히 Zone 2 훈련이라고 부르는 저강도 유산소 훈련은 지근을 주로 사용하고 강화합니다. Zone 2란 최대 심박수의 약 60~70% 수준에서 오랜 시간 유지하는 훈련 강도를 말하며, 산소 활용 능력과 미토콘드리아 밀도를 높이는 데 효과적입니다. 반면 인터벌 훈련이나 힐클라임 스프린트처럼 짧고 강한 자극을 주는 훈련은 Type IIa와 Type IIx를 활성화합니다.

제 경험상 이 두 가지를 번갈아 넣었을 때 실제로 변화가 느껴졌습니다. 한동안 스프린트와 고강도 인터벌에 집중했더니 짧은 언덕 마지막 구간에서 확실히 치고 나가는 힘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다가 장거리 지속 주행이 약해진 느낌이 들어서 Zone 2 위주로 전환했더니 두세 시간 라이딩에서 후반 무너지는 시점이 뒤로 밀리는 게 체감됩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보다 훨씬 뚜렷한 변화였습니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데는 과학적 배경이 있습니다. 지구력 훈련을 꾸준히 하면 Type IIx 섬유가 Type IIa 방향으로 전환되는 적응이 나타납니다. 완전히 다른 섬유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성격이 중간형 쪽으로 이동하면서 지구력과 파워 양쪽을 조금씩 소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를 근섬유 적응(muscle fiber adaptation)이라고 하는데, 훈련 자극에 따라 섬유의 대사적 특성이 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미국 국립생물공학정보센터(NCBI) 연구에서도 지속적인 유산소 훈련이 근섬유의 산화 능력을 높이고 Type II 섬유의 특성에 영향을 준다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어느 한쪽 훈련만 계속하면 반대쪽이 서서히 약해진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주기적으로 훈련의 방향을 바꿔주는 게 현실적인 해법입니다. 동호인 입장에서 아래처럼 목적에 따라 훈련을 구분해 두면 방향을 잡기가 훨씬 쉽습니다.

  1. Zone 2 장거리 라이딩: 지근(Type I) 강화, 산소 활용 효율 향상 목적
  2. 힐클라임 인터벌: Type IIa 활성화, 높은 토크에서의 지속 출력 향상 목적
  3. 짧은 최대 출력 스프린트: Type IIx 자극, 순간 폭발력 및 최고 출력 향상 목적
  4. 혼합 훈련 주기: 위 세 가지를 월별 또는 주별로 조합해 근섬유 적응을 다방향으로 유도

라이딩 상황별 근섬유 사용, 현장에서 느낀 차이

이론을 알고 나서 실제 라이딩할 때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지에서 다 같이 물이 지어 이동하는 구간, 즉 그룹 펠로톤(peloton) 주행을 할 때는 몸이 비교적 편하게 돌아갑니다. 펠로톤이란 여러 선수나 라이더가 밀집 대열을 이루어 주행하는 방식으로, 앞사람의 공기 저항을 이용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지근이 주로 작동하면서 산소를 효율적으로 쓰는 상태입니다.

문제는 페이스가 갑자기 올라가거나, 짧은 언덕이 나오거나, 결승 스프린트 구간이 시작될 때입니다. 이 순간에 Type II 섬유가 개입하는데, 저는 이 전환 시점이 꽤 극명하게 느껴집니다. 순간적으로 다리에서 다른 감각이 오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그리고 이 섬유는 금방 지치기 때문에 스프린트 후 바로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도 몸으로 알게 됩니다.

FTP(Functional Threshold Powe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FTP란 약 1시간 동안 최대로 유지할 수 있는 출력을 와트(W) 단위로 나타낸 수치로, 사이클 훈련에서 자신의 강도 구간을 설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제 경험상 FTP 향상은 지근과 Type IIa를 모두 단련했을 때 더 눈에 띄게 나타났습니다. 순수 스프린트 훈련만 했을 때는 FTP 수치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지만, FTP가 결국 유산소 능력의 지표이기 때문에 지근 중심 훈련이 기초를 받쳐줘야 속근 자극 훈련도 효과가 더 잘 쌓이는 것 같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사람들이 "기초 유산소를 쌓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Bicycling 매거진의 근섬유 분석 자료에서도 장거리 사이클에서는 Type I과 Type IIa가 핵심이며, 기초 지구력 없이 고강도 훈련만 반복하면 오히려 적응이 더디다고 설명합니다. 저도 초반에 고강도 위주로만 탔을 때 어느 순간 정체감이 왔던 기억이 있어서, 이 부분은 직접 겪어본 이야기입니다.

동호인이 속근과 지근을 동시에 키우고 싶다는 건 무리한 욕심이 아닙니다. 방향을 번갈아 가며 훈련하는 것, 그 자체가 결국 전체적인 기량을 끌어올리는 방법입니다. 어느 한쪽만 계속 파지 않고, 지금 어느 능력이 부족한지 스스로 체감하면서 훈련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평지 지속 주행과 언덕 스프린트 양쪽에서 모두 달라진 자신을 만나게 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트레이닝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bicycling.com/training/a42284934/fast-twitch-vs-slow-twitch-muscle-fiber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