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VO2max 테스트 (측정법, 훈련강도, 유산소능력)
솔직히 저는 한동안 FTP 테스트만 반복하면 체력이 다 파악된다고 믿었습니다. 그게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VO2max를 제대로 측정하고 훈련에 적용하기 시작한 뒤로 언덕 마지막 구간에서 앞서가던 사람을 제치는 경험을 처음 해봤습니다. 그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FTP만 믿었던 제가 틀린 이유
FTP(Functional Threshold Power)란 약 한 시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최대 파워를 뜻합니다. 사이클링 훈련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기준이고, 저도 처음 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이 수치를 중심으로 모든 강도를 설정했습니다. FTP가 오르면 실력이 느는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라이딩을 하다 보면 FTP로는 설명이 안 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힐클라임 마지막 300미터에서 폭발적으로 올라오는 상대, 짧은 오르막에서 저를 단번에 떼어내는 라이더들이 그랬습니다. 저는 FTP 수치가 비슷하거나 오히려 높았는데도 그 순간들에서 번번이 밀렸습니다. 원인이 뭔지 한동안 몰랐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VO2max(최대 산소 섭취량)의 차이였습니다. VO2max란 운동 중 신체가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산소의 최대량을 의미합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고강도 상황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FTP가 '장거리 순항 속도'라면, VO2max는 '순간 최고 출력의 상한선'에 가깝습니다. 둘은 분명히 다른 능력을 측정합니다. 그러니 FTP만 관리해서는 제 체력의 절반도 파악하지 못한 셈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FTP를 꾸준히 올리면 전반적인 퍼포먼스가 따라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VO2max 훈련을 따로 넣지 않으면 단거리 고강도 구간에서의 부족함은 좀처럼 채워지지 않습니다. 이건 제가 직접 수개월을 돌아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5분 테스트로 훈련강도를 잡는 방법
VO2max를 측정하려면 실험실 장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꽤 단순한 필드 테스트만으로도 훈련 기준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준비물은 파워미터나 GPS 기기 하나면 충분합니다.
테스트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 약 20분간 워밍업을 진행합니다. 중간에 Threshold 강도(FTP의 90~100% 수준)로 1분 정도의 노력을 4~5회 넣어 심폐와 근육을 깨워줍니다.
- 준비가 됐다면 5분 동안 유지할 수 있는 최대 강도로 페달을 돌립니다. 처음부터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는 게 아니라, 5분 내내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출력을 유지하는 게 핵심입니다.
- 테스트 직후 10~15분간 가볍게 쿨다운합니다.
- 5분 평균 파워(또는 평균 페이스)를 기록합니다. 이 수치가 VO2max 훈련의 기준 강도가 됩니다.
예를 들어 5분 평균 파워가 310W로 나왔다면, 이후 VO2max 인터벌 훈련도 310W 근방에서 수행하면 됩니다. 테스트 결과 자체가 처방전이 되는 구조입니다. 제가 처음 이 방식을 접했을 때는 "이렇게 단순해도 되나" 싶었는데, 실제로 적용해보니 훈련 강도가 훨씬 명확하게 잡히더군요.
훈련 구성은 보통 워밍업 후 3분짜리 인터벌을 3~5세트 수행하는 방식입니다. 각 인터벌 사이에는 충분한 회복을 넣습니다. 이때 심박수보다 파워 또는 페이스를 기준으로 삼는 게 훨씬 효과적입니다. 심박수(Heart Rate)란 분당 심장이 뛰는 횟수로, 운동 강도 측정에 자주 쓰이지만 실제 강도 변화에 반응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3분 인터벌이 끝날 때쯤 목표 심박에 도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짧은 인터벌에서는 파워나 페이스가 훨씬 정확한 기준이 됩니다. 체감 난이도로는 10점 만점에 9점,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수준이 적절합니다.
참고로 출처: 미국 국립의학도서관(NIH)에 따르면, VO2max 향상은 단순한 호흡 능력 개선 이상으로 젖산역치 상승, 혈장량 증가, 심박출량 증가, 글리코겐 저장 효율 향상 등 복합적인 적응을 동반한다고 설명합니다. 제가 VO2max 훈련을 집중적으로 진행한 뒤 힐클라임 막판 스프린트에서 변화를 느꼈던 게 단순한 기분 탓이 아니었던 셈입니다.
유산소능력은 VO2max 하나로 다 알 수 없습니다
VO2max를 열심히 올리는 것만큼 중요한 게 있는데, 바로 유산소 지구력을 별도로 추적하는 일입니다. 이 부분은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VO2max가 오른다고 해서 장거리 지구력이 자동으로 따라오지는 않더라고요.
유산소 능력을 평가하는 데 유용한 지표가 두 가지 있습니다. 첫 번째는 Efficiency Factor(EF)입니다. EF란 같은 심박수에서 얼마나 높은 파워 또는 페이스를 낼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효율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140bpm에서 200W를 냈는데 지금은 같은 심박수에서 215W가 나온다면, EF가 향상된 것입니다. 몸이 같은 노력으로 더 많은 출력을 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는 Aerobic Decoupling(심박 드리프트)입니다. 심박 드리프트란 라이딩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같은 파워를 유지할 때 심박수가 얼마나 벌어지는지를 보는 지표입니다. 예를 들어 처음 1시간은 200W / 135bpm이었는데 마지막 1시간에서 200W / 152bpm이 됐다면, 후반부로 갈수록 심박수가 크게 올라간 것입니다. 반대로 전후 차이가 3~4bpm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유산소 지구력이 탄탄하다는 신호입니다.
이 두 지표를 트래킹하려면 일정한 코스에서 비슷한 컨디션으로 4~6주마다 반복 측정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출처: TrainingPeaks에서도 한 번의 수치보다 반복 측정을 통한 추세 파악을 더 중요하게 봅니다. 제 경험상 이 방식으로 데이터를 쌓아가면, 어떤 훈련이 실제로 효과가 있었는지를 감이 아니라 수치로 확인할 수 있어서 훈련 방향을 잡는 데 훨씬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반드시 짚고 싶은 부분이 있습니다. VO2max 훈련은 효과가 강력한 만큼 부상 위험도 높은 영역입니다. 근육은 단기간에 적응하지만 인대와 건(Tendon)은 강해지는 데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건이란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조직으로, 무리한 고강도 반복에 취약합니다. 아직 기초 체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FTP의 130% 이상 강도를 반복하면 무릎이나 발목 주변에 문제가 생기기 쉽습니다. 저도 이걸 한번 경험하고 나서야 FTP 측정이 단순히 훈련 강도를 정하는 수단이 아니라, 안전한 훈련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기도 하다는 걸 실감했습니다.
FTP 테스트 하나만 반복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은 훈련이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집니다. 5분 VO2max 테스트로 고강도 기준을 잡고, EF와 심박 드리프트로 유산소 지구력을 추적하면 자신의 체력이 어디서 강하고 어디서 부족한지가 비교적 명확하게 보입니다. 처음 시작한다면 먼저 정확한 FTP를 파악한 뒤, 몸이 충분히 적응한 시점에 VO2max 테스트를 추가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급하게 바코드 워크아웃부터 집어넣으면 몸이 버티지 못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또는 코칭 조언이 아닙니다.
--- 참고: https://www.trainingpeaks.com/blog/test-aerobic-fitness-vo2max/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4657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