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Zone 2 훈련 (미토콘드리아, 젖산역치, 타임크런치에게 Zone2란)
솔직히 처음에 존투(Zone 2) 훈련을 접했을 때, 저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이렇게 편하게 달려도 되나 싶을 만큼 강도가 낮았거든요. 그런데 주당 12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던 시절, 존투 훈련에 시간을 쏟기 시작하면서 몸이 확실하게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단순히 느리게 탄다고 효과가 없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안에 생리학적으로 꽤 치밀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미토콘드리아가 전부다
존투 훈련의 핵심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입니다. 미토콘드리아란 근육 세포 안에 있는 작은 에너지 발전소로, 지방과 탄수화물을 산소와 함께 태워서 ATP라는 실질적인 에너지 단위로 변환하는 기관입니다. 이게 많고 건강할수록 오래, 빠르게 움직일 수 있습니다.
제가 주 6일 훈련을 할 때, 그 중 4~5일을 존투에 할애한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고강도 인터벌만 반복하면 당장 퍼포먼스가 오르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천장이 생깁니다. 반면 존투 훈련을 꾸준히 쌓으면 그 천장 자체가 올라갑니다. 쉽게 말해 HP(체력 게이지) 자체가 커지는 느낌입니다.
운동생리학자 이니고 산 밀란(Iñigo San Millán)의 연구에 따르면, 존투 훈련은 미토콘드리아의 밀도와 기능을 가장 효과적으로 높이는 훈련 강도입니다. 실제로 엘리트 지구력 선수들이 전체 훈련 시간의 70~80%를 존투에 쏟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들이 느리게 타는 게 아니라,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기반을 쌓고 있는 겁니다(출처: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 지구력 훈련과 미토콘드리아 적응 연구).
존투 훈련을 몇 달 꾸준히 이어가면 신기한 일이 생깁니다. 예전에는 시속 28km에서 심박수가 치솟던 게, 어느 날부터는 30km, 32km에서도 같은 심박수를 유지할 수 있게 됩니다. 저는 동네 동호회 훈련에 나가면 선두에서 무리를 이끄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존투 훈련에 가장 많이 투자했던 시기였습니다. 폼도 그때가 제일 좋았고요.
젖산역치, 존투의 진짜 기준선
많은 분들이 존투를 "숨이 약간 차지만 대화는 가능한 강도"로 알고 계십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게 전부는 아닙니다. 생리학적으로 더 정확한 기준은 젖산역치(Lactate Threshold)입니다. 젖산역치란 운동 강도를 높였을 때 혈중 젖산 농도가 급격하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임계점을 말합니다. 존투는 그 임계점 바로 아래에서 최대한 높은 강도를 유지하는 상태입니다.
강도가 낮을 때 몸은 지방을 주 에너지원으로 쓰면서 젖산을 거의 만들지 않습니다. 존투 구간에 진입하면 탄수화물 사용도 조금 늘고 젖산도 조금씩 생성되지만, 생성 속도와 처리 속도가 거의 균형을 이룹니다. 이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 그때부터는 존투가 아닙니다. 해당과정(Glycolysis)이란 근육이 산소 없이 빠르게 탄수화물을 분해해 에너지를 만드는 경로인데, 이게 과하게 활성화되면 젖산이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오래 버티기 어려운 그 느낌이 바로 이 상태입니다.
존투를 제대로 찾으려면 아래 방법들을 순서대로 적용해보는 게 도움이 됩니다.
- 젖산 측정기(Lactate meter)를 사용해 혈중 젖산 농도 1~2mmol/L 구간을 확인하는 방법 — 가장 정확하지만 장비가 필요합니다.
- 파워미터(Power meter)를 활용해 FTP(기능적 역치 파워)의 55~75% 구간을 유지하는 방법 — 자전거 라이더에게 현실적입니다.
- 심박수 모니터를 기준으로 최대심박수의 60~70% 구간을 유지하는 방법 — 장비 없이도 접근 가능하지만 개인차가 있어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 콧노래 테스트(Nose breathing test)처럼 코로만 호흡하면서 지속 가능한 강도를 찾는 방법 — 가장 간단하지만 강도 조절이 어렵습니다.
제 경험상 심박수만 믿다가 존투보다 살짝 높은 강도에서 계속 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날 컨디션이나 기온, 피로 누적 상태에 따라 같은 심박수라도 체감 강도가 다르거든요. 가능하면 파워와 심박수를 같이 보면서 교차 확인하는 방식이 훨씬 현실적이었습니다.
타임크런치 사이클리스트에게 존투는 약일까 독일까
여기서부터는 제 개인적인 의견이 강하게 들어갑니다. 존투 훈련이 무조건 만능이라는 식의 주장에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존투 훈련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충분한 시간입니다. 한 세션에 최소 45분, 이상적으로는 90분 이상을 확보해야 의미 있는 자극이 됩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2~5시간씩 존투만 탑니다. 이게 가능한 환경이라면 당연히 존투에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합니다.
그런데 타임크런치 사이클리스트(Time-crunched cyclist)라는 말이 있습니다. 타임크런치 사이클리스트란 직장, 가정, 육아 등 현실적인 제약으로 인해 주당 훈련 가능 시간이 6~10시간 이내로 제한된 라이더를 뜻합니다. 이 분들에게 "무조건 존투 많이 하세요"라고 조언하는 건 솔직히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세션에 45분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존투만 고집하면 오히려 총 훈련 자극량이 부족해집니다.
이런 경우에는 양극화 훈련(Polarized training) 대신 역치 훈련(Threshold training)이 더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습니다. 역치 훈련이란 FTP의 85~95% 수준, 즉 존투보다 한 단계 높은 불편하지만 지속 가능한 강도에서 20~40분을 집중적으로 자극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제한된 시간 안에서 미토콘드리아 자극과 심폐 부하를 동시에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TrainingPeaks에서도 존투의 효과를 강조하면서도, 개인 훈련 스케줄과 목표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고강도 훈련만 반복하면 회복이 따라가지 못하고 유산소 기반이 약해집니다. 이 점은 분명합니다. 결국 존투냐 역치냐의 문제가 아니라, 본인의 훈련 가능 시간과 회복 여력을 먼저 솔직하게 들여다보는 게 출발점입니다. 저는 과거에 시간이 많았기 때문에 존투에 많은 비중을 쏟을 수 있었고, 그 덕을 톡톡히 봤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시간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는 걸 몸으로 배웠습니다.
존투 훈련은 분명히 효과 있습니다. 미토콘드리아를 키우고, 지방 대사 능력을 끌어올리며, 고강도 훈련을 버티게 해주는 기반을 만들어 줍니다. 다만 그 전제는 '충분한 시간'입니다. 만약 주당 10시간 이상 훈련이 가능하다면, 그 절반 이상을 존투에 투자하는 것을 적극 권장합니다. 반대로 시간이 빠듯하다면 역치 훈련을 중심에 두되, 존투를 보조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현실적입니다. 본인의 상황에 맞는 훈련이 결국 가장 좋은 훈련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스포츠 의학 또는 트레이닝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훈련 계획은 전문 코치와 상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 참고: https://www.trainingpeaks.com/blog/zone-2-training-for-endurance-athle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