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Zone 3 템포라이딩 (오해, 빅기어 훈련, 그란폰도)

빠른속도로 훈련 중인 자전거 라이더 이미지


솔직히 저는 한동안 Zone 3를 완전히 외면했습니다. 양극화 훈련이 유행하면서 주변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템포는 쓸모없다"는 말이 당연하게 퍼졌고, 저도 그 흐름에 그냥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고각 업힐에서 무릎이 망가질 뻔한 경험을 하고 나서야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Zone 3가 문제가 아니라, 목적 없이 이 구간을 떠돌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Zone 3를 죄악시하게 된 이유

양극화 훈련(Polarized Training)이란 쉬운 날은 정말 쉽게, 힘든 날은 정말 강하게 타는 방식을 말합니다. 중간 강도를 최대한 줄이고 양 끝단에 집중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 훈련법이 국내 사이클링 커뮤니티에 본격적으로 퍼지면서, Zone 3는 "No Man's Land", 우리말로 하면 어느 쪽에도 속하지 못하는 애매한 구간이라는 딱지가 붙었습니다.

논리 자체는 틀리지 않습니다. Zone 3는 Zone 2처럼 오래 쉽게 탈 수 있는 강도가 아니고, 그렇다고 Zone 5처럼 VO₂max(최대산소섭취량, 심폐 기능의 최대 한계치를 나타내는 지표)를 자극하는 강도도 아닙니다. 회복은 어렵고, 강한 적응도 얻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이 논리에 설득되어 거의 1년 가까이 Zone 3 라이딩을 의식적으로 피했습니다.

문제는 현실에서 Zone 3를 완전히 피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룹 라이딩을 하면 페이스가 제 의도와 상관없이 흔들립니다. Zone 2로 나갔다가도 앞 라이더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파워가 FTP(기능적 역치 파워, 한 시간 동안 유지 가능한 최대 평균 파워)의 80%를 넘어버립니다. FTP란 내 현재 지구력 수준을 수치로 표현한 기준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결국 의도치 않게 Zone 3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면서, 회복도 안 되고 훈련 효과도 애매한 최악의 상황이 반복됐습니다.

무릎 통증이 알려준 빅기어 훈련의 가치

전환점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왔습니다. 경사가 심한 업힐 구간을 그룹과 함께 올라가다가, 기어비 문제로 케이던스(Cadence, 페달 회전수)를 50~60RPM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케이던스란 1분에 페달을 몇 번 돌리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로, 일반적으로 90RPM 전후를 권장합니다. 그런데 이 수치가 절반 가까이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다리 근육, 특히 무릎 관절에 집중적으로 부하가 걸립니다. 저는 그날 라이딩 후 며칠 동안 무릎 통증으로 고생했습니다.

그 경험이 빅기어 훈련(Big Gear Training)으로 이어졌습니다. 빅기어 훈련이란 일부러 높은 기어를 선택해서 낮은 케이던스, 즉 50~65RPM 수준으로 파워를 유지하는 훈련입니다. 이때 파워 구간이 자연스럽게 Zone 3, 즉 FTP의 76~90% 수준에 형성됩니다. 처음엔 단순히 무릎 충격을 미리 대비하려는 목적이었는데, 몇 달을 이 훈련과 함께 보내고 나서 다른 변화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근지구력(Muscular Endurance)이라고 부르는 능력이 향상된 것입니다. 근지구력이란 근육이 비교적 높은 출력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능력으로, 오르막이나 맞바람 구간처럼 일정 이상의 파워를 지속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접적으로 체감됩니다. 제 경험상 빅기어 템포 훈련을 꾸준히 한 이후로, 같은 업힐에서 확실히 다리가 덜 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수치보다 감각으로 먼저 오는 변화였습니다.

아래는 제가 베이스 시즌에 활용했던 빅기어 템포 인터벌 구성입니다.

  1. 워밍업 10~15분, Zone 1~2 유지
  2. 케이던스 55~65RPM, Zone 3 파워로 5분 유지
  3. 케이던스 회복, Zone 2에서 3분 휴식
  4. 2~3번 과정을 5회 반복
  5. 쿨다운 10~15분, Zone 1 유지

처음에는 5분 버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낮은 케이던스에서 파워를 유지하는 것은 생각보다 근육에 낯선 자극입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쌓이면 실전 라이딩에서 예상치 못한 고각 구간이 와도 당황하지 않게 됩니다.

그란폰도 준비, Zone 3 없이는 반쪽짜리

그란폰도(Gran Fondo)란 일반적으로 100km 이상의 장거리 사이클링 이벤트를 말합니다. 엘리트 레이스와 달리 완주와 페이스 유지가 핵심이고, 대부분의 구간을 그룹과 함께 달리게 됩니다. 그런데 그란폰도 데뷔를 준비하면서 한 가지 벽에 부딪혔습니다. Zone 2 훈련만으로는 실제 대회 페이스가 너무 힘들게 느껴졌다는 점입니다.

그룹 라이딩에서 페이스는 개인이 결정하지 못합니다. 선두 라이더가 속도를 올리면 따라가야 하고, 오르막에서는 파워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이 상황이 반복되면 결국 대부분의 시간이 Zone 3 근처에서 형성됩니다. Zone 2만 훈련한 라이더에게 이건 상당히 버거운 구간입니다.

반면 Zone 3 템포라이딩을 꾸준히 한 라이더는 이 강도가 익숙합니다. 같은 파워가 훨씬 편하게 느껴지고, 전체 라이딩을 마치고 나서도 데미지가 확실히 다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보니, 그란폰도 대회 전 두 달간 주 1~2회 Zone 3 훈련을 추가한 것만으로도 대회 당일 후반부 컨디션이 눈에 띄게 달랐습니다. 이건 수치가 아닌 감각으로 확인한 차이입니다.

관련하여 스포츠과학 저널 등에서도 템포 강도의 훈련 효과가 꾸준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심폐 기능과 근지구력 향상에 Zone 3가 유효하다는 근거는 충분히 축적되어 있으며, Bicycling 매거진의 Zone 3 훈련 분석에서도 이 구간이 특히 장거리 이벤트와 그룹 라이딩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한다고 설명합니다. 양극화 훈련이 옳고 Zone 3가 틀린 것이 아니라, 상황과 목적에 맞게 조합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Zone 3를 두고 "쓸모없다"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저는 그건 목적 없이 이 구간을 떠도는 경우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계획된 템포 훈련과 무의식적으로 흘러들어간 Zone 3는 완전히 다릅니다. 전자는 훈련이고, 후자는 그냥 피로 누적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고 나면 Zone 3를 죄악시하는 것이 얼마나 단순한 시각인지 보이기 시작합니다. 또한 체감 강도(RPE, Rate of Perceived Exertion)란 본인이 느끼는 운동 힘듦의 정도를 10점 척도로 표현한 것인데, Zone 3에서는 보통 4~6점 수준으로 "불편하지만 오래 유지 가능한" 강도입니다. 이 RPE를 파워 수치와 함께 참고하면 훈련 강도를 훨씬 정확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Zone 3 템포라이딩은 결국 도구입니다. 잘못 쓰면 훈련 효율을 갉아먹지만, 제대로 쓰면 장거리 라이딩 능력과 그룹 페이스 유지력을 동시에 올려줍니다. VO₂max 향상이나 FTP 극대화가 목표라면 Zone 2와 고강도 인터벌 중심으로 가야겠지만, 그란폰도나 장거리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면 훈련 스케줄에 주 1~2회 Zone 3를 의도적으로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미 그 효과를 무릎 통증과 대회 데뷔라는 두 경험으로 직접 확인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훈련 처방이 아닙니다. 본인의 체력 수준과 목표에 맞게 조율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bicycling.com/training/a42861288/zone-3-train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