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라이딩 시 짜증나는 것들 (잡소리, 봉크, 장비병)
자전거를 타다 보면 어느 순간 '이 취미, 왜 시작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저도 처음엔 그냥 운동복에 티셔츠 입고 자전거 위에 올라타던 사람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바람에 펄럭이는 티셔츠를 입고 달렸다는 게 조금 민망하긴 한데, 그때는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거든요. 자전거 타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공감할 짜증나는 순간들, 그리고 그걸 조금이나마 덜 불편하게 만드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잡소리, 원인은 항상 엉뚱한 곳에 있다
자전거를 타다 보면 꼭 한 번은 이상한 소리를 경험하게 됩니다. 처음에는 '뭐겠지' 하고 무시하다가, 페달을 밟을 때마다 반복되는 그 소리가 어느 순간부터 머릿속을 가득 채우기 시작합니다. BB(바텀 브라켓)에서 나는 건지, 헤드셋 문제인지, 스포크가 느슨해진 건지. 온갖 경우의 수가 머릿속에서 빙빙 돌기 시작합니다.
BB란 페달과 크랭크를 프레임에 연결하는 회전 축 부품을 말합니다. 자전거 구동계에서 가장 큰 하중을 받는 부분이라 마모되면 특유의 삐걱거림이 생기는데, 문제는 이 소리가 다른 부위에서 나는 경우에도 BB가 범인처럼 느껴진다는 겁니다. 저도 직접 겪어봤는데, 크랭크 쪽에서 확실하게 들리는 삐 소리를 오래 고민하다가 결국 알고 보니 휠 허브의 고무 패킹이 살짝 닿으면서 나는 소리였습니다. 허브란 바퀴의 중심부 회전 부품으로, 패킹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생각지도 못한 방향에서 소리가 납니다. 전혀 예상 못 한 곳에서 원인이 나왔을 때의 그 허탈함이란, 정말 말로 다 하기 어렵습니다.
헤드셋도 의외로 잡소리의 단골 용의자입니다. 헤드셋이란 포크와 프레임을 연결하는 스티어링 베어링 부품으로, 여기가 헐거워지면 내리막이나 코너링 시 딱딱 소리가 납니다. 처음에는 브레이크 문제인 줄 알고 한참을 확인하다가 결국 헤드셋 볼트 조임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결국 잡소리를 해결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건 정기적인 점검 루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소리가 난 다음에 찾는 건 너무 늦고, 너무 오래 걸립니다.
봉크는 경고 없이 온다, 그래서 더 무섭다
장거리 라이딩을 즐기는 분이라면 봉크(Bonk)라는 단어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봉크란 체내 글리코겐(glycogen), 즉 근육과 간에 저장된 탄수화물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면서 갑작스럽게 힘이 빠지는 상태를 말합니다. 흔히 '에너지 벽에 부딪힌다'고 표현하는데, 마라톤에서 말하는 '30km 벽'과 유사한 현상입니다.
직접 겪어보니, 봉크는 정말 경고 없이 옵니다. 처음 한 시간은 괜찮습니다. 두 시간도 버팁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다리가 납처럼 무거워지고, 속도가 떨어지고, 심지어 머리가 멍해지는 상태가 됩니다. 그때 가서 에너지젤이나 바나나를 먹어봐야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20분 이상 걸립니다. 이미 늦은 겁니다. 배고파진 다음에 먹는 건 봉크를 막는 방법이 아닙니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라이딩 중 보급 원칙은 명확합니다. 1시간 이상 라이딩이라면 출발 후 30~40분 시점부터 보급을 시작하고, 이후 매 20~30분마다 소량씩 꾸준히 섭취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영국 스포츠 과학 저널인 Journal of Sports Sciences에 따르면, 지구력 운동 중 탄수화물 섭취는 퍼포먼스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축적되어 있습니다. 저도 이제는 라이딩 가방에 에너지젤 두 개는 기본으로 챙기고, 1시간이 넘어가면 먹기 싫어도 억지로 먹는 습관을 만들었습니다.
봉크와 함께 오르막에서 기어가 바닥나는 상황도 장거리 라이딩의 단골 악몽입니다. 스프라켓(sprocket)이란 뒷바퀴 허브에 달린 톱니바퀴 묶음으로, 이 스프라켓의 최대 톱니 수가 클수록 더 가벼운 기어를 쓸 수 있습니다. 오르막에서 이미 최저 기어를 다 썼는데도 다리가 터질 것 같다면, 스프라켓 교체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 체력 단련보다 현실적인 해결책일 때도 있습니다.
장비병과 출발 준비, 자전거는 시작부터 귀찮다
지인들과 자전거 얘기를 하다 보면 거의 매번 나오는 불평이 있습니다. "자전거는 나가기 전부터 지친다"는 말입니다. 러닝이라면 옷 입고 신발 신고 바로 나가면 되는데, 자전거는 출발하기 전에 챙겨야 할 게 정말 많습니다.
제가 직접 출발 전 루틴을 정리해봤는데, 이것만 해도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 빕숏과 저지 착용 (빕숏이란 멜빵 형태로 설계된 자전거 전용 하의로, 안장 마찰을 줄이는 패드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 클릿 슈즈, 헬멧, 장갑 착용
- 타이어 공기압 확인 (로드바이크 기준 보통 90~110psi 유지)
- 전동 구동계 배터리 잔량 확인
- 가민(Garmin) 또는 자전거 컴퓨터 배터리 및 GPS 연결 확인
- 물통, 보급식, 펑크 수리 도구 챙기기
- 스트라바(Strava) 또는 가민 커넥트 앱 기록 시작 확인
저도 전동 구동계 배터리가 방전된 채로 라이딩을 나갔다가 변속이 안 되는 상황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전동 구동계란 변속 레버를 전기 모터로 작동시키는 방식으로, 시마노의 듀라에이스 Di2나 스램의 AXS 같은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배터리가 없으면 기계식 구동계와 달리 아예 변속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그날은 결국 통째로 단수 고정인 채로 달리다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전날 밤에 무조건 배터리부터 확인하는 게 습관이 됐습니다.
그리고 장비 얘기가 나오면 빠질 수 없는 게 업그레이드 욕구입니다. 같이 타는 지인 중 하나가 최신 프레임으로 바꾸면 그날 대화는 자동으로 장비 얘기로 흘러갑니다. 어느 브랜드 휠의 에어로다이나믹(aerodynamic) 성능이 어떻다는 둥, 새 전동 구동계가 반응 속도가 얼마나 빠르다는 둥. 에어로다이나믹이란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된 특성을 의미하며, 고속 주행에서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런 대화가 즐겁긴 한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장비 얘기가 라이딩 자체보다 더 즐거운 날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게요. 물론 그것도 자전거를 즐기는 방법이긴 하지만, 가끔은 조금 지치기도 합니다.
자전거라는 취미는 그냥 '타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잡소리 하나에 며칠을 고민하고, 봉크 한 번에 계획이 무너지고, 출발 준비만 30분이 걸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귀찮고 짜증나는 것들마저 이 취미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가끔은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 싶을 때, 속도계도 달지 않은 접이식 브롬톤(Brompton)을 들고 나가서 그냥 바람을 맞으며 달립니다. 그게 또 다른 의미에서 가장 자유로운 라이딩이더라고요. 자전거를 막 시작하신 분이라면 너무 완벽하게 갖추려 하지 마시고, 일단 나가서 달려보시길 권합니다. 짜증나는 것들은 달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집니다.
--- 참고: https://www.cyclingweekly.com/products/15-things-that-really-annoy-us-about-cycling-and-how-to-improve-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