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로드바이크 라이딩 기술 (시선처리, 코너링, 안전주행)
솔직히 저는 한동안 자전거를 잘 탄다는 것이 곧 FTP가 높다는 것과 같은 말인 줄 알았습니다. FTP란 1시간 동안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출력을 뜻하는데, 이 숫자에만 집착하다 보면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게 됩니다. 바퀴가 달린 이동 수단을 안전하게 다루는 능력 말입니다. 주변에서 크고 작은 사고를 여러 번 봐온 입장에서, 기술 없는 체력은 그냥 빠른 위험일 뿐이라는 생각을 점점 강하게 하고 있습니다.
시선처리, 당신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습니까
라이딩 중에 시선이 어디 있는지 스스로 의식해 본 적 있으십니까? 초보 때는 거의 모두가 앞바퀴 바로 앞의 노면만 내려다봅니다. 제 경우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코너 안에서 갑자기 모래가 보여 급제동을 한 일이 있는데, 만약 그때 10미터만 더 앞을 보고 있었다면 훨씬 여유 있게 대처했을 겁니다.
시선 처리의 핵심은 한마디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자전거와 몸은 시선이 향하는 쪽으로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코너를 돌 때 안쪽 장애물을 계속 쳐다보면 오히려 그쪽으로 끌려가게 됩니다. 대신 빠져나가고 싶은 출구 방향을 먼저 보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라인을 만들어 줍니다.
그리고 라이딩 중 시선은 고정이 아니라 스캔(scan), 즉 가까운 노면에서 먼 도로까지 계속 훑어보는 방식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룹 라이딩에서는 특히 중요합니다. 바로 앞사람의 뒷바퀴만 보고 있으면 그룹 전체의 속도 변화나 앞쪽 돌발 상황에 반응할 시간이 거의 없습니다. 제가 초보 때 팩라이딩(peloton riding, 여러 라이더가 밀집해 함께 달리는 방식)에서 앞사람 뒷바퀴와 저의 앞바퀴가 겹칠 뻔한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닌데, 돌이켜보면 시선이 짧아서 생긴 일이었습니다.
코너링, 자전거 실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순간
3년 전 여름, 제가 직접 목격한 사고가 아직도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지역 근처 산 정상에서 내려오는 다운힐 구간이었는데, 코너가 깊고 여러 개가 연속으로 이어지는 테크니컬한 노면이었습니다. 앞서 가던 라이더가 코너에서 제동을 제대로 못한 데다 코너링 라인도 엉망이어서 가드레일 너머로 추락했습니다. 다행히 낭떠러지는 아닌 평탄한 구간이어서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들어보니 그분은 입문 때부터 뒷브레이크만 사용해왔다고 했습니다. 앞브레이크를 쓰면 앞으로 고꾸라진다는 오해를 그대로 갖고 있었던 겁니다.
코너링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원칙은 코너 진입 전에 감속을 마치는 것입니다. 몸을 기울인 상태에서 강하게 브레이크를 잡으면 타이어의 그립(grip), 즉 노면을 붙잡는 힘이 급격히 줄어들어 미끄러지기 쉽습니다. 직선 구간에서 속도를 줄인 뒤 코너를 부드럽게 통과하는 것이 맞습니다.
자세도 중요합니다. 코너를 돌 때는 바깥쪽 페달을 아래로 내리고 그쪽 발에 체중을 실어 자전거를 안정시킵니다. 라인은 가능하면 코너 바깥쪽에서 진입해 안쪽 꼭짓점인 apex(코너에서 라이더가 가장 안쪽을 지나는 지점)를 향한 뒤, 출구에서 다시 바깥쪽으로 빠져나오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단, 일반 도로에서는 반대편 차선을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됩니다. 이건 선택이 아닙니다.
브레이킹(braking), 즉 제동 기술도 코너링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디스크 브레이크는 캘리퍼 브레이크보다 제동력이 강한 만큼, 스위치처럼 확 잡는 것이 아니라 조광기(dimmer switch)처럼 압력을 서서히 높여가는 방식으로 써야 합니다. 급정거가 필요한 상황이라면 앞뒤 브레이크를 동시에 사용하면서 체중을 뒤로 빼야 합니다. 앞브레이크만 강하게 잡으면 앞바퀴가 급정지하면서 몸이 핸들바 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뒷브레이크만 써온 그분의 사고가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입니다.
코너링 실력을 키우고 싶다면 아래 순서로 연습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 차가 없는 넓은 주차장에서 낮은 속도로 좌우 코너링 반복
- 속도를 조금씩 올리면서 진입 전 감속 타이밍 익히기
- 방향과 각도가 다른 코너를 골고루 경험하기
- 다운힐 구간에서 블라인드 코너(blind corner, 꺾이는 방향의 반대쪽이 보이지 않는 코너) 진입 전 충분히 감속하는 습관 만들기
- 그룹 라이딩에서 앞사람의 라인을 보면서 자신의 라인 조율하기
단계를 건너뛰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너링은 한 번에 느는 기술이 아닙니다.
안전주행, 체력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
로드바이크 커뮤니티를 보면 유독 숫자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늘의 노멀 파워가 몇 W였다, TSS(훈련 스트레스 점수, 하루 훈련량의 강도와 시간을 종합한 수치)가 몇 점이었다, 이번 KOM(특정 구간의 최고 기록)을 깼다는 식입니다. 저도 한동안 그쪽에만 집중했는데, 어느 날 도로 한복판에서 클릿 페달에서 발을 못 빼고 그 자리에서 쓰러지는 장면을 목격한 뒤로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클릿 페달(cleat pedal)이란 신발 밑창과 페달이 기계적으로 결합되어 밟는 힘 외에 끌어올리는 힘까지 쓸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입니다. 효율은 높지만, 발을 빼는 동작을 익히지 않으면 정차 순간에 그대로 넘어집니다. 그날 그 라이더는 정차 중에도 왼쪽 클릿을 끼운 채로 있다가 왼쪽 차도 방향으로 쓰러졌고, 뒤에서 오던 차가 급하게 핸들을 꺾어 겨우 피했습니다. 아찔한 순간이었습니다.
드래프팅(drafting)도 마찬가지입니다. 드래프팅이란 앞사람 뒤에 바짝 붙어 공기저항을 줄이는 기술인데, 공도에서는 무조건 붙는다고 좋은 게 아닙니다. 앞사람이 갑자기 브레이크를 잡는 상황은 언제든 일어납니다. 처음에는 앞사람과 1미터 이상의 간격을 두고, 앞사람의 몸 움직임과 변속 소리, 그룹 전체의 흐름을 함께 읽는 연습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프로처럼 몇 센티미터까지 붙는 건 그다음의 이야기입니다.
오르막과 내리막, 보급까지 포함해 라이딩 기술 전반에 대한 체계적인 내용은 Bicycling 매거진의 8가지 로드 라이딩 기술 가이드에서 더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안전한 자전거 이용 기준과 도로 주행 원칙에 대해서는 도로교통공단 공식 사이트에서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결국 자전거를 잘 탄다는 것은 빠른 것이 아니라 제어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디를 보고, 어떻게 속도를 줄이고, 어떤 라인으로 코너를 돌고, 옆 라이더와 어떤 간격을 유지할지 판단하는 능력입니다. 이번 라이딩을 몇 와트로 달렸느냐보다 안전하게 살아서 집에 돌아왔느냐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어야 합니다. 기술 훈련도 체력 훈련처럼 의도적으로, 단계적으로 반복해야 늘어납니다. 오늘 라이딩에서 딱 한 가지만 의식하면서 타보는 것부터 시작해 보시기 바랍니다.
--- 참고: https://www.bicycling.com/skills-tips/a71769652/eight-road-cycling-skil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