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그란폰도 완주법 (훈련계획, 영양보급, 페이스관리)

자전거 대회 이미지


160km를 완주하려면 160km를 반복해서 타면 될까요?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으로 무릎 부상을 얻었습니다. 그란폰도(Gran Fondo)란 일반인이 참가하는 장거리 사이클링 대회로, 보통 100km 이상의 코스를 완주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4년 설악 그란폰도를 준비하면서 제가 실제로 겪은 시행착오와 그 해결 방법을 공유합니다.

훈련계획: 거리보다 구조가 먼저입니다

"일단 많이 타면 되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함정에 정확히 빠졌습니다. 초심자 시절 100km를 억지로 완주하려다 무릎에 무리가 왔고, 한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습니다. 그 경험이 설악 그란폰도 준비에서 훈련 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됐습니다.

준비 기간은 최소 8주, 가능하면 10주 이상을 잡는 것이 안전합니다. 중요한 건 목표 날짜를 먼저 정하고 거꾸로 계획을 짜는 방식입니다. 저는 대회 날짜를 기준으로 주별 훈련량을 역산했고, 주간 훈련 구조는 대략 이렇게 잡았습니다.

  1. 평일: 40~60분 내외의 짧은 라이딩 또는 하체 위주 근력운동
  2. 주중 1회: 인터벌 트레이닝(고강도 반복 훈련)
  3. 주말: 장거리 라이딩 (매주 약 10% 거리 증가)
  4. 주 1일 이상: 완전 휴식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란 고강도와 저강도 운동을 반복하는 훈련 방식으로, 짧은 시간 안에 심폐 능력을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입니다. 저는 주 1회 5세트 내외로 1~3분 고강도 구간을 넣고, 각 세트 사이에 인터벌 시간의 두 배 정도를 회복 구간으로 뒀습니다.

장거리 라이딩은 매번 전력을 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Zone 2 강도, 즉 대화가 가능한 수준의 유산소 구간에서 70% 정도의 노력으로 타는 것이 핵심입니다. Zone 2란 최대 심박수의 60~70% 수준을 유지하는 저강도 유산소 훈련 구역으로, 장거리 지구력의 기반을 만드는 데 가장 효율적인 강도입니다. 저는 실내 트레이너로 4시간 무정차 라이딩에서 시작해 매주 조금씩 늘려 7시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8시간은 시간이 허락하지 않아 아쉽게 실패했지만, 7시간 무정차를 소화할 수 있게 된 시점부터 대회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실내 트레이너로만 준비했다면 야외 라이딩은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바람 저항, 노면 진동, 실제 오르막에서의 기어 선택, 다른 라이더와의 주행 감각은 실내에서 절대 익힐 수 없습니다. 저도 실내 훈련 비중이 높았기 때문에 대회 전 실제 코스와 비슷한 야외 구간을 몇 차례 달렸고, 그게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영양보급: 위장도 훈련이 필요합니다

체력이 부족해서 완주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가 주변에서 목격한 실패 원인 중 상당수는 보급 전략의 부재였습니다. 에너지가 바닥났는데 뒤늦게 젤을 꺼내는 상황, 이른바 보닝(Bonking) 현상이 그것입니다. 보닝이란 근육과 뇌에 공급되는 글리코겐(탄수화물 저장 에너지)이 완전히 고갈되는 상태로, 갑자기 다리에 힘이 빠지고 집중력이 무너지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한 번 보닝이 오면 회복이 매우 어렵습니다.

일반적으로 장거리 라이딩에서 시간당 150~300kcal의 탄수화물 섭취를 권장하는 의견도 있지만, 실제로 써보니 이 수치는 꽤 보수적인 편입니다. 훈련이 충분히 된 라이더라면 소화 능력을 적응시킨 뒤 이보다 높게 섭취하는 전략도 현장에서는 흔합니다. 중요한 건 숫자 자체가 아니라 자신의 체중, 라이딩 강도, 소화 능력에 맞게 장거리 훈련 중 직접 테스트하는 것입니다.

저는 7시간 무정차 훈련을 하면서 매시간 일정량의 탄수화물을 안장 위에서 섭취하는 연습을 반복했습니다. 먹는 것에 무슨 훈련이 필요하냐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소화기관도 움직이는 상태에서 제 역할을 하도록 적응시켜야 합니다. 처음에는 라이딩 중 고형 음식이 위에서 잘 넘어가지 않았지만, 반복하다 보니 에너지 젤, 바나나, 떡 같은 음식을 달리면서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배가 고파진 뒤에 먹는 것은 이미 늦습니다. 저는 45~60분 간격으로 알람을 맞춰두고 먹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리고 대회 당일 처음 먹어보는 보급식은 절대 가져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훈련 중 충분히 테스트하지 않은 젤이나 음료는 위장 트러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스포츠 영양학 분야에서도 게토레이 스포츠 과학 연구소(GSSI)는 장거리 운동 중 탄수화물 섭취 타이밍과 소화 적응의 중요성을 여러 연구를 통해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 보급도 계획이 필요합니다. 설악 그란폰도의 경우 중간 보급소가 잘 갖춰져 있었지만, 보급소 간격이 긴 구간에서는 직접 물을 충분히 챙겨야 했습니다. 예상보다 라이딩 시간이 길어지는 상황을 항상 염두에 두고 여분의 보급식을 준비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페이스관리: 완주는 초반이 결정합니다

설악 그란폰도를 같이 출전한 팀에서 분 단위 시간표를 제공해 줬습니다. 주요 지점마다 도착 데드라인이 적혀 있었고, 주요 업힐 구간마다 적정 파워 수치가 표시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과할 정도로 세밀하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대회에서 그 시간표가 없었다면 초반에 분명히 과하게 밟았을 것입니다.

파워(Power)란 자전거에서 라이더가 실제로 출력하는 힘의 단위로, 와트(W)로 표시됩니다. 파워미터(Power Meter)는 이 수치를 실시간으로 측정해 페이스 관리의 기준으로 활용하는 장비입니다. 파워미터를 기준으로 업힐 구간에서 목표 파워를 넘기지 않는 것이 후반 무너짐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초반 업힐에서 기분이 좋다고 파워를 높이면 어김없이 100km 이후 구간에서 다리가 먼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테이퍼링(Tapering)도 놓치면 안 됩니다. 테이퍼링이란 대회 직전 훈련 볼륨을 단계적으로 줄여 몸이 최상의 컨디션으로 회복되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저는 대회 일주일 전부터 훈련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면서도 강도는 유지하는 방식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습니다. 무조건 쉬는 것이 아니라 움직임은 유지하되 피로는 빼는 것이 핵심입니다.

장비 점검도 페이스 관리의 일부입니다. 바이크 피팅(Bike Fitting)이란 라이더의 신체 구조에 맞게 안장 높이, 핸들바 위치, 클릿 각도 등을 조정하는 작업으로, 장거리에서 무릎 통증이나 허리 통증을 예방하는 데 필수적입니다. 30km에서는 멀쩡하던 안장이 130km에서는 고통의 원인이 됩니다. 새 빕숏이나 새 안장은 반드시 대회 전 충분한 거리에서 테스트해야 합니다. 당일 처음 꺼내는 장비는 없어야 합니다. 관련 훈련 지침은 영국사이클링협회(British Cycling)에서도 자세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란폰도는 순위 경쟁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개인 목표를 세우고 그걸 달성하는 과정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완주 커트라인이 넉넉하고 보급도 잘 갖춰진 대회라면 즐기다 보면 어느새 완주는 됩니다. 하지만 8시간 이내 완주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훈련 구조, 보급 전략, 페이스 관리가 하나도 빠져선 안 됩니다. 결국 저는 목표한 8시간 이내에 코스를 마쳤고, 그 결과는 몇 달간의 준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처음 그란폰도에 도전한다면 완주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다음 대회부터는 시간 목표를 세우고, 지금 소개한 훈련 구조와 보급 전략을 조금씩 적용해 보세요. 훈련 계획은 목표 날짜를 먼저 정하고 역산하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무릎이 아프기 전에 강도를 조절하고, 배고프기 전에 먹고, 초반에 참는 것. 이 세 가지만 지켜도 완주 확률은 크게 올라갑니다.

--- 참고: https://www.theproscloset.com/blogs/news/how-to-train-for-a-century-ri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