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엘리트 선수와의 마일리지 차이 (훈련 배경, 훈련량 분석, 효율적 훈련)


자전거를 시작하고 나서 한동안은 무조건 많이 타면 답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페달을 밟아도 실력이 제자리인 것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엘리트 선수들은 도대체 얼마나 타는지, 그리고 그 차이가 단순히 시간의 문제인지 아닌지, 지금부터 제 경험과 실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풀어보겠습니다.

훈련 배경: '마일리지가 깡패다'는 말은 반만 맞습니다

자전거를 처음 탔을 때 온오프라인에서 가장 많이 들은 조언이 있습니다. 케이던스(Cadence)를 높여라, 안장 높이를 맞춰라, 페달링 폼을 잡아라. 그중에서도 유독 귀에 박혔던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마일리지가 깡패다." 처음엔 솔직히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잘 몰랐습니다. 케이던스란 분당 페달 회전수를 뜻하는데, 이게 왜 중요한지조차 제대로 이해하기 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초중급자 수준이 되고 나니, 그 말이 피부로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탄 사람이 결국 더 잘 탄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전거를 오래 탈수록 유산소 능력이 올라가고 페달링이 자연스러워지는 건 직접 경험해보면 압니다. 그 과정에서 저도 가장 많이 탔던 해에는 주당 10시간을 훌쩍 넘기며 연간 500시간에 가깝게 탄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급자 수준을 넘어서면서 그 믿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많이 타도 일정 수준에서 실력이 정체되는 느낌이 왔고, 그때부터는 훈련의 내용에 집착하게 되더군요. 결국 "많이 타는 것"보다 "어떻게 타는가"가 더 중요한 시점이 분명히 옵니다. 그 분기점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무조건 동의할 겁니다.

훈련량 분석: 엘리트와 동호인의 숫자는 이렇게 다릅니다

스트라바(Strava) 연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Cat 3 레이서, Cat 2 레이서, 웨일스 레이싱 아카데미 소속 엘리트 선수의 훈련량을 비교한 분석이 있습니다(출처: road.cc). 수치로 보면 차이가 꽤 명확합니다.

  1. Cat 3 레이서: 연간 약 315시간, 주당 평균 약 6시간
  2. Cat 2 레이서: 연간 약 440시간, 주당 평균 약 8~9시간
  3. 엘리트 선수: 연간 약 676시간, 주당 평균 약 13시간 (시즌 중 부상으로 쉰 기간 포함)

엘리트 선수의 최고 월간 기록은 약 85시간이었습니다. 하루 평균 2.7시간을 매일 탄 셈인데, 이건 취미 라이더에게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입니다. 자전거 타는 게 직업인 사람들이니까요. 제 주변에서 잘 타는 동호인들도 훈련량이 어마어마합니다만, 엘리트 선수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괜히 그 실력을 갖게 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건 단순한 시간의 차이가 아닙니다. 엘리트 선수의 훈련은 코치가 설계한 체계적인 구조 위에서 돌아갑니다. 오프시즌에는 Zone 2 훈련을 중심으로 유산소 베이스를 쌓고, 시즌 준비기에는 스위트 스팟(Sweet Spot) 구간을 집중적으로 훈련합니다. Zone 2란 최대심박수의 약 60~70% 수준에서 지속하는 유산소 훈련 구간을 말하는데,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쓰는 능력과 미토콘드리아 밀도를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스위트 스팟이란 FTP(기능적 역치 파워)의 약 88~93% 구간을 뜻하며, 효율적으로 유산소 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강도입니다. FTP란 사이클리스트가 1시간 동안 지속할 수 있는 최대 파워 출력값으로, 훈련 강도를 설정하는 기준이 됩니다.

경기 시즌에 접어들면 VO₂max 인터벌이 주를 이룹니다. VO₂max란 최대 산소 섭취량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심폐가 한 번에 얼마나 많은 산소를 처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이 수치가 높을수록 고강도 구간에서도 버티는 능력이 올라갑니다. 스포츠과학 측면에서도 VO₂max는 지구력 운동 수행 능력의 핵심 예측 인자로 꼽힙니다(출처: NIH PubMed Central). 이처럼 훈련량뿐 아니라 훈련의 구성 자체가 시즌에 따라 철저하게 계획되어 있다는 점이 동호인과 엘리트의 진짜 차이입니다.

효율적 훈련: 제한된 시간 안에서 최대한 뽑아내는 법

취미 라이더에게 시간은 가장 부족한 자원입니다. 직장, 가족, 일상 속에서 자전거에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후순위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엘리트 선수의 훈련량을 무작정 따라 하는 건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입니다. 제가 직접 경험해봤는데, 주당 10시간 이상을 계속 밀어붙이니 무릎 통증이 먼저 왔습니다. 몸이 적응할 틈을 주지 않으면 훈련량이 오히려 독이 됩니다.

훈련량을 무리하게 늘리면 오버트레이닝(Overtraining) 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오버트레이닝이란 훈련 자극이 회복 능력을 초과해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상태로, 피로 증가, 성능 저하, 면역력 약화, 심하면 부상까지 이어집니다. 문제는 이게 느리게 찾아온다는 겁니다. 잘 타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몸속에서는 조용히 쌓이고 있거든요. 그래서 훈련만큼이나 회복이 실력을 만든다는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닙니다. 제 경험상 이건 확실합니다.

그렇다면 현실적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주당 5~7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 안에서도 훈련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핵심은 모든 라이딩을 같은 목적으로 타지 않는 것입니다. 같은 100km라도 평지를 편하게 굴러가는 라이딩과 Threshold 인터벌은 훈련 효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Threshold 훈련이란 FTP의 약 95~105% 강도를 유지하는 고강도 훈련으로, 젖산 역치를 끌어올려 더 높은 강도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게 만듭니다. 저도 훈련 시간이 줄어든 이후로는 Zone 2와 Threshold 인터벌을 적절히 섞는 방식으로 바꿨고, 오히려 그게 효과가 더 좋았습니다.

끊임없이 연구하고 적용해보고 실패도 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훈련법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취미 사이클링의 묘미이기도 합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읽으면서 조금씩 수정해나가는 것이 결국 가장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엘리트 선수와 동호인의 차이는 타고난 능력보다 체계의 차이에서 온다고 생각합니다. 훈련의 구성, 회복의 관리, 그리고 꾸준함.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실력이 쌓입니다. 지금 당장 더 많이 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전에 지금 타고 있는 시간의 내용부터 먼저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거리를 늘리기 전에 강도와 목적을 먼저 설계하는 것, 그게 제한된 시간을 가진 취미 라이더가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 참고: https://road.cc/content/feature/how-much-do-elite-cyclists-ride-strava-stats-compared-298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