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링: 산 밀란의 Zone 2 훈련 (포가차 코치, 젖산역치, 양극화훈련)
존2 훈련을 열심히 했는데 오히려 퍼포먼스가 제자리였던 경험, 혹시 있으신가요? 저는 있습니다. 타데이 포가차가 뚜르 드 프랑스를 압도하던 시절, 그의 코치 이니고 산 밀란의 훈련법이 사이클링 커뮤니티를 뒤흔들었고, 저도 바로 따라 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슬그머니 원래 방식으로 돌아왔습니다. 이 글은 그 이유와,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을 솔직하게 정리한 기록입니다.
포가차 코치가 불을 지핀 존2 논쟁, 그 배경
포가차가 투르를 씹어먹던 시기에 그의 코치인 이니고 산 밀란도 함께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당시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을 정독하면서 공부했는데, 처음엔 용어부터 낯설어서 이해하는 데 꽤 애먹었습니다.
산 밀란이 말하는 존2는 단순히 심박수나 FTP 비율로 잘라낸 구간이 아닙니다. 그는 생체 에너지 시스템(Bioenergetics) 관점에서 접근합니다. 생체 에너지 시스템이란 우리 몸이 어떤 연료를 어떤 방식으로 에너지로 바꾸는지를 설명하는 개념으로, 운동 강도에 따라 지방과 탄수화물의 사용 비율이 달라집니다.
그가 정의하는 존2의 핵심은 지방 산화(Fat Oxidation)가 거의 최대치에 달하면서, 혈중 젖산이 급격히 치솟기 직전의 강도입니다. 지방 산화란 몸이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로 만드는 과정으로, 이 능력이 높을수록 같은 강도에서 탄수화물을 덜 쓰게 됩니다. 장거리 라이딩에서 글리코겐이 버텨주는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죠.
이 지점은 LT1(첫 번째 젖산 역치)과 가깝습니다. LT1이란 혈중 젖산 농도가 안정 상태보다 처음으로 눈에 띄게 올라가는 강도를 말하는데, 쉽게 말해 몸이 "슬슬 힘들어지기 시작하는 경계선"입니다. 이 선을 넘으면 탄수화물 의존도가 급격히 올라갑니다. 산 밀란은 바로 이 선 바로 아래에서 오래 머무르는 훈련을 강조합니다.
저는 당시 이걸 처음 접하고 "결국 LSD(긴 거리 저강도 훈련)랑 뭐가 다른 거지?"라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공부를 더 해보니, 조금 더 세분화된 존2 훈련이라는 느낌이 맞긴 했습니다. 다만 강도를 어디서 딱 끊느냐가 훨씬 정교하게 설정된다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젖산역치와 지방산화, 정말 존2만으로 충분한가
산 밀란이 주장하는 존2 훈련의 핵심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 지방 산화 능력 향상: 같은 출력에서 지방을 더 많이 태울 수 있게 되어 글리코겐 소비를 줄입니다. 장시간 레이스에서 후반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줍니다.
- 미토콘드리아 기능 강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란 근육 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기관입니다. 존2 훈련은 미토콘드리아의 수와 밀도를 높여 같은 강도에서도 더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합니다.
- 젖산 재활용 능력 향상: 젖산(Lactate)은 단순한 피로 물질이 아닙니다. 다른 근육에서 다시 연료로 쓸 수 있는 에너지원으로, 존2 훈련은 이 재순환 경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합니다.
이론적으로는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걸 두 달간 집중적으로 실천했을 때 체감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포가차에게 그토록 효과적이었던 훈련이 왜 저한테는 잘 안 먹힌 걸까,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건, 존2가 모든 적응 자극을 커버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로 미토콘드리아의 일부 기능 개선이나 젖산 운반체인 MCT4(Monocarboxylate Transporter 4) 발달에는 고강도 훈련이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MCT4란 근육에서 젖산을 빠르게 내보내는 단백질로, 이게 잘 발달해야 고강도 구간에서의 회복도 빨라집니다. 이 부분은 존2 훈련만으로는 충분히 자극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존2 훈련의 강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당시에는 헷갈렸습니다. FTP의 60~75%, 혹은 최대 심박수의 일정 비율만으로는 개인의 실제 LT1 위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합니다. 젖산 생성 시점이나 지방 연소 능력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젖산 측정이나 가스 분석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대화 테스트가 가장 실용적입니다. 문장 하나를 끝까지 말할 수 있지만 숨이 약간 차오른다면 존2, 아무렇지 않으면 존1, 중간에 숨을 쉬어야 하면 존3 이상입니다. 제가 당시 이 감각 기준을 충분히 익히지 못하고 파워 수치에만 의존했던 것도 실패 원인 중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관련 연구들을 더 살펴보면, 존2 훈련의 생리학적 기전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High North Performance의 분석 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토콘드리아 적응과 훈련 강도의 관계를 다룬 연구들은 PubMed 수록 논문(Sports Medicine)에서도 참고할 수 있습니다.
양극화 훈련으로 돌아온 이유, 그리고 실전 적용법
두 달간의 실험 끝에 저는 다시 양극화 훈련(Polarized Training) 방식으로 돌아왔습니다. 양극화 훈련이란 전체 훈련량의 약 80%를 낮은 강도(존2 이하)로, 나머지 20%를 높은 강도(임계점 이상)로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존2만 고집하지 않고, 고강도 인터벌을 일정 비율 섞는 구조입니다.
그 이후 재작년쯤 INSCYD라는 운동과학 연구소의 훈련 분석 방법론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적이 있습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단순히 FTP 하나만으로 존을 설정하는 게 아니라 LT1, LT2, FatMax를 각각 측정해 훈련 타겟 파워를 세분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FatMax란 지방 산화율이 가장 높은 강도를 의미하는데, 이 값은 사람마다 다르고 훈련 수준에 따라 변합니다. 이 개념이 산 밀란이 강조하는 존2와 맞닿아 있었고, 훈련 지표가 훨씬 정교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반 라이더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방식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주 2~4회, 회당 60~120분의 존2 라이딩을 꾸준히 유지합니다. 강도는 대화가 가능하지만 약간 숨이 차는 수준으로 조절합니다.
- 존2 중에는 급가속이나 스프린트를 최소화합니다. 출력이 튀면 젖산이 올라가고 지방 대사 자극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 주 1~2회는 VO₂max 인터벌이나 임계점 훈련을 추가합니다. 존2만으로는 커버되지 않는 고강도 적응을 채워줍니다.
- 강도 설정은 파워와 심박수만이 아니라 호흡과 체감 강도도 함께 확인합니다. 수치보다 몸의 신호가 더 정직할 때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이 구조가 체감 효과 면에서 가장 안정적이었습니다. 존2 비율을 지나치게 올려도, 반대로 고강도에만 집중해도 어느 쪽이든 한 쪽이 무너지는 느낌이 왔습니다.
산 밀란의 훈련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제 경우엔 이해가 부족한 채로 너무 빨리 적용하려 한 것이 문제였습니다. 좋은 훈련법도 내 몸 상태와 수준, 흡수 방식을 먼저 파악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걸 그때 배웠습니다. 어떤 훈련 이론이든 맹목적으로 따라 하기보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소화하는 것이 결국 가장 빠른 성장 경로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훈련법을 계속 공부하되, 적용은 조금 더 신중하게. 그것이 지금 제가 내린 결론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스포츠 과학 또는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훈련 강도나 방법 변경 시에는 전문 코치나 운동생리학 전문가와 상담하시기를 권장합니다.
--- 참고: https://www.highnorth.co.uk/articles/zone-2-training-inigo-san-millan https://www.ncbi.nlm.nih.gov/pmc/articles/PMC54079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