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DIY: 싯포스트 교체하며 풀어보는 나의 피팅 이야기 (소중한 무릎, 싯포스트를 왜 교체하나, 강력한 것보다 중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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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의 안장을 앞으로 앞으로 당기다보면 자전거의 싯포스트 체결부위에 걸려 더 이상 앞으로 오지 않게되는 지점이 있습니다. 물론 안장레일의 너무 끝에 물리면 안되긴 하지만 싯포스트에 걸리면 더 이상 옮길 수 없게 돼요. 하지만 싯포스트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보통 셋백을 가진 싯포스트를 많이 쓰는데 찾아보면 제로 오프셋 싯포스트, 심지어 마이너스 오프셋 싯포스트도 있어요.

작업 개요

  • 작업일시 : 2019.07.26
  • 작업내용 : 자전거 싯포스트 교체

*본 포스팅은 과거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소중한 내 무릎, 피팅은 중요해.

웅장한 구조물 앞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찍은 사진
생애 첫 100km 라이딩 중 찍은 사진.

2019년 초에 본격 로드 입문 후 지역 라이딩 모임에서도 활발히 활동하며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저에게는 남 모르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바로 장거리에 대한 경험 부족. 모임에서도 장거리 공지가 올라오는 날이면 저는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참석을 하지 않았거든요. 5~60km 라이딩에서도 후반부에 가면 죽을 것처럼 힘든데 100km가 넘는 코스에 도전하는 것은 어불성설. 그래서 항상 100km가 넘는 세자릿수 라이딩에 약간의 동경도 있었습니다.

어느 여름날 밤, 문득 '내일은 혼자서 100km 라이딩에 도전해 봐야지'라는 치기 어린 생각을 갖게 됩니다. 늦은 시간까지 코스를 짜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밤에 잠이 들었죠. 결전의 날 아침, 딱 100km짜리 코스를 시작했습니다. 일부러 큰 언덕이 없는 코스로 잡았던 터라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어요.

근데 라이딩 후반부, 한 70km쯤 되는 지점이었을까요? 오른쪽 무릎에서 이물감이 살살 느껴지더라고요. 코스가 계속 될수록 이물감은 통증으로 바뀌었고 막바지에는 오금쪽이 무척이나 아팠습니다. 마지막 휴식시간에는 오른다리로 체중을 딛고 걷는 것 조차 좀 부담스러울 만큼 통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목표로 한 100km를 채우고자 미련하게도 꾸역꾸역 라이딩을 끝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못걷겠더라고요. 정확히는 오른쪽 무릎에 찌릿한 느낌이 들어 이거 걸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그 길로 바로 정형외과에 방문했는데 이런건 엑스레이로는 나오지 않는다며 MRI를 권유받았고 결국 날짜를 잡고 MRI 촬영까지 하게 됩니다.

다행히 가벼운 무릎 관절 염증 소견으로 약물치료로 끝났지만 촬영 결과가 나오기까지 너무 무서운 시간이었어요. 그 때 느꼈습니다. 아 자전거 피팅이 이래서 중요하구나. 저는 그 때부터 퍼포먼스가 아닌 통증을 잡기 위한 피팅을 시작했던 것 같아요. 지역에 있는 피팅 센터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곳도 가보기도 했죠. 결국 통증은 잡아냈습니다만 그 이후로 저는 피팅에 매우 집착하게 되었습니다.


왜 굳이 멀쩡한 싯포스트를 교체하나?

셋백 싯포스트와 제로오프셋 싯포스트의 비교 이미지

제 자전거의 싯포스트는 기능적으로 아무런 이상이 없습니다. 아니, 기능적 뿐 아니라 구입한지 1년도 채 안된 자전거였기에 외관상으로도 거의 새것에 가까웠죠. 하지만 기존의 싯포스트는 25mm 셋백이 적용되어있기 때문에 제로오프셋 싯포스트에 비해 안장을 25mm 더 앞으로 밀 수 없습니다.안장의 위치는 피팅에서 상당히 중요합니다. 높낮이 뿐 아니라 앞 뒤 위치도 큰 영향을 주죠. 요즘에는 KOPS(Knee Over Pedal Spindle, 페달 축의 위치가 무릎 슬개골 뼈와 수직선에 위치해야한다는 피팅 이론)가 많이 힘을 잃긴 했지만 당시만 해도 거의 절대적인 법칙같이 여겨지던 시기였기에 저도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멀쩡한, 거의 새것같은 싯포스트였지만 제로오프셋을 위해 싯포스트를 교체하게 된 것이죠.

교체 전 자전거에 설치 된 싯포스트 사진

아 근데 제 자전거가 클래식 느낌이 나는 자전거라 컴포넌트들이 전부 반광 실버 색상이에요. 이게 또 문제에요. 요즘은 실버 컴포넌트들을 찾기 정말 힘들거든요. 게다가 반광 실버. 온통 블랙색상 컴포넌트들 만 넘쳐나는데 반광 실버를 찾기는 정말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이왕 바꾸는거 그래도 좀 더 가벼웠으면 좋겠고. 결국 어찌어찌 힘들게 찾아내서 주문했습니다. KCNC의 Ti pro Lite 제품이에요.

새로 구입한 싯포스트 제품 사진

기존 싯포스트와 새 싯포스트를 나란히 내려놓고 찍은 사진

옆에 놓고보니 다행히 색상도 거의 동일하네요. 아주 맘에 듭니다. 근데 싯포스트의 길이가 400mm이다보니 너무 길어 프레임에 다 안들어가요. 마침 잘 됐다, 더욱 더 경량도 해버릴 겸 근처 정비소에 가서 딱 맞는 길이로 잘라왔습니다. 결국 싯포스트 교체만으로 121.8g을 감량하게 되었네요. 어마어마하죠.

교체 후 자전거에 설치 된 싯포스트 사진

이제 컷팅도 해왔겠다, 교체해 줄 차례. 어려운 건 없습니다. 그저 싯포스트 클램프의 볼트를 풀고 싯포스트를 뽑아낸 다음 안장레일을 물고 있는 클램프의 볼트를 풀어 안장까지 분리해줍니다. 조립은 분해의 역순으로 해주면 되죠. 주의 할 것은 아무래도 카본 프레임이어서 싯포스트 클램프를 오버토크로 잠글 수 없으니 싯포스트 흘러내림을 방지하기 위해 카본구리스를 발라야 한다는 것.


강력하게 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도록 타는 것.

저는 ‘자전거를 잘탄다’의 기준이 남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물론 ‘잘탄다’의 의미가 ‘남들보다 강한 체력으로 좋은 퍼포먼스를 낸다’의 뜻도 있겠지만 저는 여기에 더불어 ‘안다치고 오래도록 꾸준히 즐기며 타는 것’의 의미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몸에 딱 맞는 자전거, 딱 맞는 피팅이 중요하겠죠.

저는 위아위스 리버티 이후로도 지금까지 여러번 자전거를 바꿔왔습니다만 최소 안장과 페달의 위치에 대한 피팅값은 최대한 동일하게 맞추려고 하는 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상당히 보수적이라 클릿슈즈도 계속 같은 브랜드의 동일 모델만 신고 있죠. 퍼포먼스를 위해 피팅을 변경하는 위험은 감수하지 않습니다. 그저 지금 안아프고 탈 수 있는 것에 감사할 뿐이죠. 한 번 세게 아파보니 알겠더라고요. 그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