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DIY: 크랭크암 PPF 작업 및 크랭크 교체하기 (크랭크에 굳이?, 쉽지 않은 형상, 마음의 안식)

이전에 한 번 언급한적이 있죠. 저는 물건을 매우 아끼는 성격이라고. 핸드폰 케이스, 차키 커버는 물론이고 들고다니는 텀블러가 어디 부딪혀 흠집나지 않을까도 걱정합니다. 하물며 크랭크가 신발에 스치며 생기는 흠집을 용납할 수 있을까요? 못하죠. 크랭크마저 보호하고 싶은 미친 사람의 작업기, 지금 시작해볼게요.

작업 개요

  • 작업일시 : 2019.10.05
  • 작업내용 : 자전거 크랭크 PPF 작업 및 크랭크 교체

*본 포스팅은 과거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자전거 크랭크에 굳이 PPF를?

제 물건에 흠집이 나는걸 참고 볼 수 없는 성격입니다. 핸드폰 케이스는 당연하고 차키에도 커버를 씌우고 다닙니다. 얼마 전 포스팅처럼 클릿슈즈 밑창에 슈구를 덕지덕지 바르고 신발 옆을 따라 PPF도 둘러줬죠. 저도 압니다. 피곤한 성격이죠. 그래도 어쩌겠어요. 마음의 평화를 얻으려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 걸.

자전거 크랭크는 땅에 닿을일도 없고 흠집 날 일이 별로 없을 것 같죠? 하지만 의외로 클릿슈즈 안쪽과 스치면서 흠집이 많이 납니다. 이게 한 두 번은 괜찮은데 크랭크가 한 두바퀴만 돌고 마는게 아니잖아요. 수천 수만바퀴 돌다보면 클릿 슈즈때문에 크랭크가 파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인도 턱같은 곳을 오르내리다가도 크랭크암 끝부분이 많이 부딪힙니다.

이런데도 PPF를 안하는 건 제 성격상 너무 불안하겠죠. 그리고 사실 얼마 전에 크랭크를 새로 바꿨어요. 크랭크암에 부착하는 파워미터를 샀는데 이게 크랭크 암에 상처를 내고 부착하는 형태라 그 크랭크는 사실상 영원히 귀속템이 되는거거든요. 어차피 귀속템 될거, 이왕이면 울테그라로 바꾸자 싶어 새것같은 중고 울테그라 크랭크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귀속템 될거, 영원히 깨끗하게 써보자 싶어서 작업을 결심하게 됩니다.


크랭크 형상이 복잡해서 쉽지 않을텐데

맞아요. 쉽진 않았습니다. 난이도가 상당했죠. 하지만 해냈습니다. 그것도 굉장히 깔끔하게. 사진 위주로 간단하면서도 자세히 써볼게요.

작업 과정1 : 크랭크암 세척 및 PPF 부착

왼쪽 크랭크암에 PPF를 붙이는 중인 모습 사진
깨끗이 세척한 크랭크암에 알코올을 분무기로 뿌려가며 작업합니다.
퐁퐁 물이 더 좋긴 한데 집에서 뿌려대다간 뒷처리 감당이 안되니 알코올로.
이렇게 뿌려가면서 작업하면 위치 수정도 쉽고 기포나 먼지 제거에도 수월해요.

PPF 작업 완료한 왼쪽 크랭크암 전면 사진
왼쪽 크랭크암은 생긴게 간단해서 쉽게 끝났습니다.
파워미터를 설치해 준 부분이 있으니 여기는 적당히 도려내서 작업했어요.

PPF 작업 완료한 왼쪽 크랭크암 후면 사진
그래도 크랭크암 안쪽 굴곡진 부분은 쉽지 않았습니다.
잡아당겨가며 작업했더니 접착력이 떨어지더군요.
결국 다 떼어버리고 처음부터 다시 했어요.
최대한 늘리지 않고 접히는 곳은 절개를 해줬더니 잘 붙네요.

PPF 작업 완료한 왼쪽 크랭크암 모서리 부분 사진
모서리 굴곡 부분도 잡아당기지 않고 열을 가해가며 붙여줍니다.
저는 뜨거운 물을 부어가며 했는데 드라이기나 열풍기도 좋을 것 같네요.

세척한 오른쪽 크랭크암 모습 사진
딱 보기에도 빡셀 것 같은 오른쪽 크랭크암.
우선 세척부터.

오른쪽 크랭크암에 PPF를 붙이는 중인 모습 사진
스파이더 연결부위 아주 기가막힐정도로 어렵게 생겼네요.
뜨거운 물 신공으로 접착력은 살리면서 굴곡부를 잘 붙여나갑니다.

파워미터를 부착해놓은 부분에 맞춰 PPF를 도려내고 붙이는 모습 사진
마찬가지로 파워미터 설치 부분은 잘 도려내서 마무리.

PPF 작업 완료한 오른쪽 크랭크암 사진
중간에 잘라낸 부분 없이 한 장의 필름으로 전체를 다 감싸줬더니
붙인지도 모를만큼 티가 안나네요.

PPF 작업 완료한 오른쪽 크랭크암 상세 사진
아 물론 자세히 보면 안에 물도 남아있고 그래요.
인생이 다 그런 것.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

작업 과정2 : 크랭크 교체

정비대에 물린 자전거의 왼쪽 크랭크암 고정볼트를 표시해놓은 사진
우선 자전거를 정비대에 물려놓고 표시한 크랭크암 고정용 볼트 두 개와,

왼쪽 크랭크암 픽싱볼트 제거를 위해 특수공구를 끼워놓은 모습 사진
크랭크 축을 막고있는 픽싱볼트를 풀어줍니다.
픽싱볼트 분리에는 특수공구가 필요해요.

왼쪽 크랭크의 스토퍼 플레이트를 젖히는 모습 사진
그리고 축에서 쉽사리 빠지지 않도록 잡아주는
스토퍼 플레이트의 후크를 젖혀주면,

왼쪽 크랭크가 분리되어 크랭크 축이 노출된 모습 사진
왼쪽 크랭크암은 쉽게 빠집니다.
이제 노출된 크랭크 축을 고무망치로 살살 때려 오른쪽 크랭크암도 빼줘요.
조심조심 살살 때려주세요. 아파요.

분리해놓은 기존 크랭크 사진
어느정도 빠졌다 싶으면 체인링에 걸린 체인을 풀고 크랭크암을 잡아당깁니다.
그럼 이렇게 분리 완료.

새 크랭크 축에 구리스를 도포한 모습 사진
새 크랭크 축에 구리스 도포.
너무 많이 도포해봤자 끼우면서 다 밀려나오니까 소량만 적당히 골고루.
그래도 삐져나오는 구리스는 나중에 먼지지옥이 되니까 깨끗이 제거해주세요.

새 오른쪽 크랭크암을 조립하는 모습 사진
이제는 조립의 역순.
오른쪽 크랭크암을 끝까지 끼우고 체인을 걸어준 후,

새 왼쪽 크랭크암을 크랭크 축에 끼우고 스토퍼 플레이트 후크를 걸어주는 모습 사진
왼쪽 크랭크암을 끼우고 스토퍼 플레이트 후크를 걸어줍니다.

새 크랭크암의 픽싱볼트 사진
픽싱볼트를 먼저 조여줘요.
너무 세게 조일 필요는 없습니다.
어차피 플라스틱이라 세게 조이면 야마납니다.

새 크랭크암 고정볼트 사진
그 후에 크랭크암 고정볼트 두 개를 조여줍니다.
토크는 12~14Nm, 번갈아가며 여러번 계속 조여줘야해요.

페달까지 설치가 완료된 모습 사진
이제 페달만 설치해주면 모든게 끝.

후기 : 얻은 건 뻐근함, 그리고 마음의 안식

사실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투명한 PPF가 크랭크암 위에 덧씌워졌다 정도. 그마저도 관심없는 사람들이 보기엔 뭐가 바뀐건지 전혀 알지 못하겠죠. 하루종일 쪼그려앉아서 크랭크암 잡고 있었더니 목, 허리, 어깨 안아픈 곳이 없네요.

그래도 해놓고 나니 뿌듯합니다. 작업의 과정은 저만 아는 것이고 또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과 행복도 저만 누릴 수 있는 것이니까요. 눈에 보이는 변화는 없지만 그래도 이 작업을 통해 재미를 얻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마음의 안식도 함께 얻었어요. 이제 크랭크암이 클릿슈즈에 스치는 것을 걱정할 일이 없습니다. 마음껏 스쳐도 되니 이제 더욱 마음껏 자전거를 탈 수 있겠어요.

잠깐, 근데 슈즈가 스치면 PPF에 흠집이 나잖아. 그럼 PPF를 보호할 PPF를 붙여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