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DIY: 후사경 설치를 위한 번거로운 손질 (예쁜 디자인, 맞지 않는 규격, 필드테스트와 에피소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며 차량과 같이 도로를 달리다보니 위험하게 스쳐가는 차량 때문에 아찔했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경적을 울리며 요란하게 지나가는 차들은 자전거로 달리는 저를 눈으로 본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덜 위협적이었어요. 경적소리만 요란하지 멀찌감치 피해가는 경우도 많고요. 진짜 무서운 건 저를 못 본채 제 바로 옆을 조용히 스쳐지나가는 차량들. 아직 사고가 난 적은 없지만 진짜 핸들바 끝을 스치듯이 지나간 경우도 있었거든요. 안전을 위해 자전거용 후사경을 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마음에 드는 제품은 또 제 자전거에 맞질 않네요. 그럼 어째요, 자르고 깎고 맞춰서 억지로라도 끼워넣어야죠.
작업 개요
- 작업일시 : 2018.03.29
- 작업내용 : 자전거 후사경 설치
*본 포스팅은 과거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무조건 이뻐야해. 예쁜걸로.
출퇴근 편도거리가 15km정도 되는데 해변을 따라 쭉 뻗은 길이 있는 시원한 코스입니다. 근데 문제는 자동차들에게도 시원한 코스라는 것. 과속하는 차량들도 많고 위협을 느낀적도 많아요. 자전거 타는게 서툴러서 고개를 돌려 뒤를 확인할 때 자전거가 휘청거리기도 하고 바닷가라 그런지 바람도 많이 불어서 위험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안전을 위한 후사경을 구입하기로 마음 먹었어요. 제가 원하는 후사경의 조건은 이렇습니다.
- 예쁠 것.
- 미니멀하고 예쁠 것.
- 가볍고 예쁠 것.
그래서 제 눈에 들어온 제품은 바로 코르키 후사경. 디자인적으로도 꽤 컴팩트하면서도 기능적으로도 괜찮아보이더라고요. 로드자전거용이라고 되어있어서 좀 불안하긴 하지만 예뻐서 마음에 듭니다. 제 자전거의 핸들바에 안들어가면 뭐 어떻게든 가공해서 넣으면 되죠. 자르고 파고 갈아내면 충분히 들어가지 않을까요?
역시 쉬운게 없어. 규격이 안맞아.
작업 과정1 : '뿔' 부분 제거
| 핸들바 마개(바엔드캡)을 제거해줍니다. |
| '뿔' 같은 부분때문에 아예 안들어가요. 바로 제거. |
왜 블랙색상이 없을까 한참 생각하다가 어쩔 수 없이 그레이로 결정. 제품의 만듦새와 디자인은 아주 훌륭합니다. 설치를 위해 제 자전거의 핸들바 끝을 막고 있는 고무마개를 빼서 후사경을 끼워줍니다. 아 근데 안들어가요. 안맞아요. 후사경의 뾰족한 뿔같은 부분이 걸려서 안들어가요. 속상하네요. 왜이렇게 인생사 쉬운게 없을까요. 어쩔 수 있나요. 뿔같이 생긴 그것을 잘라줍니다.
작업 과정2 : 핸들바 내경에 맞춰 갈아내기
| 이제 들어가겠지 했는데 웬걸. 핸들바 내경이 너무 작아요. |
| 그럼 뭐 갈아내야죠. 별 수 있나요. |
| 설치하고 보니 예쁘긴 하네요. |
| 후사경 각도도 딱 좋습니다. |
이제 들어가겠지? 룰루랄라 신나서 다시 끼워보는데 아 근데 안들어가요. 안맞아요. 두 번째 관문입니다. 이번엔 핸들바 내경에 걸립니다. 어쩔 수 없이 또 걸리는 부분을 줄로 잘 갈아냅니다. 결국 설치하는데는 성공했어요. 이거 하나 끼우는데 이렇게 고생을 하다니. 괜히 예쁜것만 찾다가 이렇게 스스로 고생만 시켰네요. 그냥 안예뻐도 규격 맞는 제품 사서 간단히 끼울걸. 그래도 잘 설치된 모습을 보니 또 사길 잘했어 라는 생각도 드네요. 참 사람 마음이 이리 간사해서야 되겠나요.
설치는 완료. 그럼 필드에서 테스트해봐야지.
설치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더 예쁩니다. 디자인도 예쁘고 크기도 작아서 눈에 거슬리지 않고 있는 듯 없는 듯 너무 만족스럽네요. 게다가 사용하지 않을 땐 후사경을 닫아놓을 수도 있는데 닫아놓으면 더욱 없는 듯 보여 자전거와 일체감이 커서 좋습니다. 위치와 각도도 잘 맞추면 절묘하게 팔에 시야가 가리지 않고 라이딩 중 시선만 돌려 후방 확인이 가능해서 좋아요. 근데 이게 너무 크기가 작아서 그런지, 크기도 작은데다가 거울도 볼록거울이라 그런지 거울에 비치는 사물이 너무 작아보여요. 그래도 후방 확인에는 큰 지장은 없네요.
| 그 날의 사진이 다행히 남아있네요. |
한 번은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데 저 뒤에서 뭐가 오는게 후사경을 통해 보이더라고요. 당연히 자동차겠거니 하고 지나갈 타이밍 쯤에 맞춰서 갓길쪽으로 살짝 붙어서 주행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지나가는거에요. 그래서 다시 후사경을 보니 그대로 제 뒤에서 뭔가가 따라 오더라고요. ‘자동차면 언젠가는 지나가겠지.’ 하고 갓길쪽 주행라인을 유지하며 달리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제 뒤에서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 ‘선배님, 헉헉... 선배님!! 헉헉헉.’ 자전거를 타고 따라오는 회사 후배의 목소리였습니다. 거울이 작고 볼록거울인 관계로 뒤에 뭐가 있다 정도만 인식이 되는 터라 뒤에서 따라오던게 자전거일 줄은 몰랐던거죠. 게다가 그게 저를 따라오고 있는 회사 후배였다니. 반갑기도 하고 부르는걸 못들어서 미안한 마음에 멈춰서서 근처 편의점에서 음료수 한잔하며 대화를 했습니다.
옆 부서 후배인데 자기도 얼마전부터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멀리서 저를 보고 죽을 힘을 다 해 달려왔지만 생각만큼 가까워지지 않아서 너무 무리했다고 하며 편의점 의자에 널부러져 숨을 몰아쉬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가끔 시간이 맞으면 같이 출퇴근을 하곤 했었죠. 후사경이 가져다 준 재미있는 에피소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