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DIY: 클릿슈즈에 뻘짓하기 - PPF 및 슈구 작업기 (신발 고민, 신발 보호하기, 작업 후기)
지난번에 클릿페달 설치 작업기를 올렸었는데요, 오늘의 포스팅 대상은 클릿페달의 짝꿍, 클릿슈즈입니다. 저는 성격상 물건에 흠집이 나는걸 극도로 싫어하는데요, 핸드폰 케이스, 차키 커버는 물론이고 들고다니는 텀블러마저 어디 부딪힐까봐 항상 조심하는 편입니다. 클릿의 첫 입문으로 선택한 최상급 클릿슈즈 역시 아끼고싶은 마음에 신발 밑창 슈구와 신발 테두리 PPF 작업을 해주기로 했어요. 사실 PPF는 좀 뻘짓이긴 했는데 그냥 하고 싶은 마음을 이길 수가 없었어요.
작업 개요
- 작업일시 : 2018.07.15
- 작업내용 : 클릿슈즈 PPF 및 슈구 작업
*본 포스팅은 과거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신발은 뭐로 할까. 고민된다.
| 지금 봐도 너무 이쁘네요. |
원래 마음속에 담아두고 있던 신발은 따로 있었습니다. B급 감성에 항상 이상한 포인트에 꽂히는, 이해불가한 성격인 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로 지로의 리퍼블릭 MTB 클릿슈즈. 사실 이건 글을 작성하는 현재 시점까지도 신어보고 싶은 신발 중 하나이긴 합니다. 슈레이스, 즉 신발끈으로 되어있는 클래식하고 슬림한 외형이 마치 잘 만든 옥스퍼드 구두를 보는 느낌은 저를 한 순간에 사로잡기에 충분했죠. 자전거에서 내려 잠시 걸을때에도 이 우아한 신발이라면 어떤 복장도 소화가 가능할 것 같았습니다. 가격도 굉장히 합리적이었어요. 하지만 당시에도 재고가 별로 없어 원하는 색상의 맞는 사이즈를 구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피직의 인피니토 X1으로 결정했습니다. 최상급 슈즈인만큼 이중 보아다이얼에 풀 카본 밑창이라 만족스러운 결정이었어요.
신발도 보호해주자. PPF와 슈구 시공.
디자인이 날렵하니 참 예쁘네요. 밑창에 난 약간의 흠집 제외, 아직 깨끗한 이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PPF와 슈구를 시공해볼게요.
PPF 작업 과정1 : 재단
우선 신발의 모양에 맞춰 신문지로 재단을 해 봅니다. 신발을 한바퀴 두르는 식으로 PPF를 붙이기 위해 적당히 신문지로 재단을 한 뒤 신문지 재단본을 PPF위에 얹고 그대로 잘라줍니다.
PPF 작업 과정2 : 부착(검정 시트지로 교체)
| 유광 PPF가 거슬려 검정 시트지로 교체 |
재단을 마쳤으면 약간의 열을 가하며 신발에 둘러 붙여줍니다. 작업 자체는 만족합니다만 유광 PPF를 사용했더니 너무 번쩍거리는게 고무신같이 되어버렸어요. 그래서 무광 검정의 시트지를 이용해 다시 똑같이 작업해줬습니다. 확실히 색깔이 신발과 비슷해서 그런지 일체감이 장난아니네요. 제가 했지만 티도 안나고 너무 예쁩니다.
슈구 작업 과정1 : 슈구 도포
이제 다음은 밑창 슈구 시공입니다. 슈구는 원래 신발 밑창이 부분적으로 마모되었을 때 사용하는 보수제인데요,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새 신발을 보호하기 위해 전체 시공을 하는 제품으로 이미 유명합니다. 카본 밑창에 벌써 약간의 흠집이 남긴 했지만 그래도 더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그리고 땅바닥과 닿는 부분인, 일명 밑창 ‘뽕’을 보호하기 위해 한 뽕 한 뽕 정성스럽게 슈구를 덕지덕지 발라줍니다. 슈구에 동봉된 아이스크림 막대기같은 나무 막대에 물을 묻혀 잘 펴주면 쉽게 바를 수 있어요.
슈구 작업 과정2 : 건조
적당히 펴바르고 덧바르기를 반복한 후 충분히 건조시켜줍니다. 냄새가 독하니 환기가 잘 되는 곳에서 넉넉하게 건조해주세요. 저는 한 72시간 이상 베란다에서 말렸습니다. 이렇게 PPF와 슈구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작업 후기
슈구 시공을 해 놓은 터라 신발을 막 굴려도 부담이 없습니다. 신발은 신을수록 닳아 없어진다는 기분이 들곤 하는데 수규 시공을 해놓으니 그런 기분도 안느껴지는 것 같아요. PPF시공도 해놔서 든든했습니다만, 사실 따지고 보면 PPF에서 랩핑 시트지로 바꾼 상태였으니 내구성은 좀 약했던 것 같아요. 언젠가 신발을 살펴보는데 시트지가 군데군데 손상되어있더라고요. 그래도 최소한의 방어는 해준 것 같아 좋았습니다. 사실 어디까지나 자기만족에 가깝긴 하지만, 그리고 제 3자가 봤을 땐 저게 뭐하는 뻘짓인가 싶기도 하지만, 하면서 즐거웠고 하고나서 뿌듯했으니 그걸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합니다.
신발에 대한 얘기도 해볼게요. 첫 클릿슈즈인 만큼, 그리고 나름 최상급 슈즈였던 만큼 신발에 대한 애착도 꽤 강했습니다. 그러니 슈구에 PPF에 별짓을 다 했던거겠죠.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고 최상급이라는 자부심도 있었던데다가 성격상 물건을 아끼는 경향이 강했으니 이런 짓을 했던게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이렇게 아끼는 신발을 신고 출퇴근도 많이 했습니다. 밑창이 매우 딱딱하다보니 걷기에는 좀 불편했어요. 일반 신발은 걸을 때 발 꺾임에 맞춰 신발도 부드럽게 꺾이잖아요. 근데 이건 밑창이 카본이라 신발이 꺾이지 않아요. 덕분에 걸을 때 무슨 인형마냥 요상하게 걷게됩니다. 한번은 회사 선배가 저를 보더니 어디 아프냐고, 발목 깁스했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복도를 걸을 때 쇠로 된 클릿이 대리석 바닥을 때리며 따각 따각, 저 멀리서도 들리는 우렁찬 신발 소리는 덤이었고요. 당시 자출을 시작한지 꽤 되었을 때인데도 제가 자전거로 출퇴근하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았거든요. 근데 이 요상하고 요란한 신발을 신고 다닌 후부터 제가 자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이 갑자기 많아졌었습니다. 그만큼 눈에 띄었나봐요.
본격적인 클릿의 입문과 회사사람들에게 자출러라는 걸 널리 알리게 된 계기, 이래 저래 저의 자전거 인생에 큰 전환점을 준 신발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