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DIY: 펌프 수리 작업기를 빙자한 추억팔이 포스팅 (회사에서 자전거를 줬다, 펌프가 고장났다, 사실은 추억팔이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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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생긴 자전거 한 대. 이걸 지인에게 주기로 했습니다. 근데 자전거만 달랑 주기에는 좀 그렇고 헬멧, 물통부터 이것저것 챙기게 되었는데 펌프도 같이 주면 좋을 것 같아 인터넷에서 저렴한 펌프를 하나 샀습니다. 나중에 지인이 본격적으로 타겠다고 하면 그땐 좋은 펌프를 사줘야지 하면서. 아 근데 왜 이런 일은 항상 저에게만 일어나는걸까요. 새로 산 펌프가 고장인지 바람이 안들어가요.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작업 개요

  • 작업일시 : 2018.10.29
  • 작업내용 : 자전거 펌프 고장 수리

*본 포스팅은 과거 작업일지를 바탕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회사에서 자전거를 준다고? 그럼 가야지.

회사에서 진행한 자전거 행사 라이딩 로그 기록 캡처 이미지

"너 강원도 삼척에서 고성까지 자전거로 자전거길을 달려라!" 누가 저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회사 전사 차원의 행사였는데 지역사무소별로 참석인원을 정해야했나봅니다. ‘너 자전거로 출퇴근한다며? 소문 다 났어. 우리 지역 대표로 니가 나가라.’라며 어느날 선배로부터 통보(?)를 받았습니다. 자전거를 좋아했기 때문에 거절할 이유는 없었죠. 아니, 오히려 좋았어요. 2박 3일을 동해안 자전거길을 종주하는 행사였는데 심지어 행사기간동안 탈 자전거도 제공해주고 무려 그 자전거는 제가 가지는거래요. 완전 개이득. 평소에 왕복 30km 거리로 다져진 몸이라 자신도 있었고 저는 흔쾌히 수락하게됩니다.

행사 당일 가서 보니 자전거는 삼천리 유사MTB로, 코스에 비해 나름 훌륭한 자전거였어요. 미리 준비된 단체 자전거복을 입고 전국 각지에서 모인 백여명의 직원들이 함께 으쌰으쌰 2일을 자전거로 달렸습니다. 물론 동해안에 있는 맛집에서 먹는 점심 저녁 코스도 너무 좋았고 이틀 밤동안 벌어진 낭만의 술파티도 즐거웠죠.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트렁크에 실린 자전거와 도장이 가득 찍힌 종주수첩 덕분에 아주 뿌듯했습니다.


자전거와 펌프를 선물하다. 근데 펌프가 고장이라고?

구입한 펌프 모습 사진

하지만 저는 행사에서 받은 자전거는 딱히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평소 친하게 지내는 지인에게 선물해줄 요량으로, 같이 선물해줄 용품들을 챙기고 있었죠. 펌프도 하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인터넷에서 저렴한 펌프를 하나 샀습니다. 아 근데 어째서 이런 일이. 당장 내일 주기로 했는데 오늘 저녁에 도착한 펌프로는 바람이 주입되질 않네요. 그냥 환불할까 하다가 어차피 가격도 저렴한 제품이니 한번 직접 고쳐보자 싶었습니다.

노즐 부분 부품 사진

노즐 부품을 분해한 모습 사진

고무부품이 들어있는 부분 모습 사진

거꾸로 조립되어있는 고무 부품 모습 사진

거꾸로 조립된 고무 부품을 다시 정방향으로 조립하는 모습 사진

재조립을 끝낸 모습 사진

우선 펌프질 시 바람은 잘 나오는걸로 봐서 펌프 자체에는 문제가 없어보여요. 그럼 노즐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니 일단 분해해봅니다. 노즐 모가지의 잠금장치를 돌려서 풀어주면 모가지 부분 덮개가 빠지면서 노즐의 고무부분을 잡고 있는 빨간 부품도 같이 빠집니다. 고정레버를 위로 젖혔을 때 이 고무가 아래로 압축되면서 자전거 바퀴의 공기주입구를 꽉 물어줘야하는데 그러질 못해서 바람이 새는 것 같아요. 문제가 되는 고무부분을 유심히 봤더니 아무래도 방향이 잘못 된 것 같습니다. 아무리 봐도 이렇게 조립되어있으면 공기주입구를 꽉 물수가 없어요. 그래서 거꾸로 돌려서 끼워준 후 조립해봤습니다. 결과는? 대성공. 다시 해보니 공기가 아주 잘 주입됩니다. 아마 공장에서 조립 시 해당 부분을 거꾸로 조립한게 아닐까 싶어요.


후기 : 사실은 펌프 수리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날 밤 무사히 펌프 수리를 마치고 다음날에 자전거와 펌프를 포함한 각종 용품을 무사히 전달했습니다. 제가 3일간 타고다닌 자전거라 완전 새 자전거는 아니었지만 지인은 새 자전거가 생겼다고 무척 좋아했습니다. 이후에 근사한 밥 한끼도 얻어먹은 건 덤이고요.

지인과는 계속 자주 만났는데 겨울이라 그런지 한켠에 먼지가 쌓인 자전거가 보이더라고요. 다행히 봄이 오고 날이 풀리자 지인은 자전거를 자주 타기 시작했습니다. 저와 라이딩도 자주 했었고 요. 자전거를 열심히 타는 모습이 보이길래 처음 계획했던대로 압력게이지가 달린 적당히 괜찮은 펌프를 새로 선물해주었습니다. 안그래도 제가 처음에 줬던 펌프가 잘 작동이 안되던 시점이었다며 어떻게 알았냐고 좋아하더라고요.

이후로도 1년 정도 지인이 그 자전거를 잘 타고 다녔어요. 저도 가끔 같이 라이딩을 할 때면 지인의 자전거를 보며 저와 함께 달렸던 꿈만 같던 3일간의 즐거움을 떠올리곤 했습니다. 마치 이제는 친구의 연인이 된 옛 연인을 떠올리는 느낌이라고 하면 너무 변태같을까요. 그 이후 지인도 결국 자전거 기변을 하게 되어 더 이상 그 자전거를 볼 순 없었지만 그래도 그 3일간의 추억은 아직도 고스란히 제 가슴에 남아있습니다. 이상 펌프 고장 수리 작업기를 빙자한 자전거 추억 일기를 마칩니다.